‘아재’ 혹은 ‘개저씨’ 호명의 의미는?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6-04-27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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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재 개그가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한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유행하고 있다.
“반성문을 영어로 표현하면? ‘글로벌’” “화장실에서 금방 나온 사람은? ‘일본 사람’”“무가 눈물을 흘리면? ‘무뚝뚝’”“세종대왕이 초콜릿을 주면서 하는 말은? ‘가나다’”…요즘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유행하는 아재 개그다.

△가벼운 스킨십, 성적 농담을 할 때 항의하는 여자는 예민하다고 생각한다 △식당 직원, 아르바이트생에게 반말한다 △‘우리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한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드라마와 예능, 인터넷 커뮤니티에 등장하는 개저씨 여부를 판별하는 ‘개저씨 지수 표’다.

방송을 비롯한 대중문화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고 현실을 선도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중문화를 읽으면 현실을 갈파할 수 있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요즘 인터넷,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대중문화의 인기 트렌드인 아재 개그와 개저씨 캐릭터는 2016년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는 하나의 단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오세득 셰프가 했던 “새우는 깡이 있고 고래는 밥이 있다”처럼 웃기지 않는 썰렁한 개그를 비롯해 tvN ‘SNL코리아-아재 셜록’, KBS ‘개그 콘서트-아재씨’ 등 각종 프로그램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아재 개그가 강력한 웃음 코드로 유행한다. ‘SBS 스페셜-아저씨, 어쩌다 보니 개저씨’ 등 다큐멘터리, jTBC ‘욱씨 남정기’를 비롯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개저씨 캐릭터들이 넘쳐나고 있다. ‘문화과학’ 2016년 봄호에 게재된 문화연구자 오혜진의 ‘퇴행의 시대와 K 문학/비평의 종말’에는 ‘개저씨 문학’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자꾸 연대, 연대하면 고대분들 섭섭해 한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말과 “우리 부장은 개저씨의 대표”라는 한 여자 회사원의 힐난처럼 아재 개그와 개저씨 캐릭터는 이제 일상생활에서 때로는 웃음의 기제로, 때로는 조롱의 용어로 활용되고 있다.

중년 남성이 ‘아재’와 ‘개저씨’로 호명되고 응시의 대상이 된다. ‘아재’는 구식이지만 친근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인간미 있는 아저씨를 뜻한다.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 ‘개저씨’는 가부장적 권위가 체화해 불통으로 일관하며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바탕으로 아랫사람에게 폭언, 폭행을 일삼는 중년 남성을 지칭한다.

호명과 응시의 대상화에는 권력이 개입된다. 권력을 쥔 주체들이 그러지 못한 객체를 호명하고 타자화한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특정인(특정세력)이 타자를 호명하고 그 자신은 호명하지 않는 것은 권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USC 마리타 스터르큰(Marita Sturken) 교수가 ‘Practice of Looking’에서 적시했듯 특정 대상을 타자화하며 응시하는 행위의 주체는 타자화 대상보다 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동안 권력과 자본을 쥐고 호명과 응시의 주체 역할을 주로 했던 이 땅의 중년 남성들이 ‘아재’와 ‘개저씨’로 호명되며 응시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두 가지 의미를 담보한다. 하나는 중년 남성의 위상이 이전과 달리 크게 추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즉 중년 남성의 권력과 자본 상실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년 남성을 아재나 개저씨로 호명하는 주체는 주로 젊은이와 여성들이다.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업신여겨지고 있다는 모멸감과 수치심은 자기 삶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타자에 대한 혐오와 공격이라는 심리적 반작용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지적처럼 ‘아재’와 ‘개저씨’라는 용어에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젊은이들이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한 심리적 반작용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중년 남성들에 대해 드러내는 혐오의 감정이 담겨 있다.

중년 남성인 당신, 아재 혹은 개저씨, 어느 것으로 호명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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