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고유가 논란으로 여론 질타... 조선ㆍ철강 등 한국 위상 드높여
올 상반기에는 대내외적으로 산업분야에 커다란 사건들이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각 업종별로 이해득실을 계산하느라 분주했으며, 대내적으로는 주요 대규모 기업집단들이 연달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기업지배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예고된 시기였다.
또한 연초 현대자동차 노조가 의 파업이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친 가운데 현대차 노조는 6월말에 다시 한 번 파업을 강행, 여론으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변화와 걱정거리만 난무했던 상반기 산업계는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세계 강국으로 꼽히는 조선·철강·중공업 분야에서는 잇따른 해외수주로 한국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으며 특히 포스코는 지난 5월 30일 차세대 제출 신기술인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를 준공하는 등 철강역사를 새롭게 쓰기도 했다.
◆ 지주회사체제 전환 줄이어
올 상반기에는 대규모 기업집단들이 연이어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발표하는 등 지주사 전환이 새로운 기업지배구조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첫 테이프를 국내 화장품 회사 시장 1위인 태평양 그룹이 끊은 데 이어 SK그룹이 4월에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SK그룹은 지난 4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공식발표하고 지주회사 SK(주)를 두고 그 아래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7개의 사업자회사를 거느리게 됐다.
SK그룹에 이어 대규모 기업집단 중 CJ·동양·한진중공업 그룹 등 올 상반기에는 그룹들의 지주사 전환 선언이 줄을 이었다.
이처럼 지주회사 체제전환이 활발한 이유는 현재 대부분의 그룹 지배구조가 환상형 순환출자로 이뤄진 것에 대한 정부의 제재도 많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공정거래법 개정 등으로 지주회사에 대한 세제혜택 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게 되면 결국 회사의 이익창출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는 장기적인 전략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 파업으로 얼룩진 '자동차'의 상반기
상반기 한국경제에서 가장 큰 이슈 중에 하나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타결은 곧바로 각 업종별 손익계산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초래했다.
한·미 FTA가 타결된 직후 수혜업종으로 분류됐던 업종은 단연 '자동차'와 '섬유'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수출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 수출이 관세철폐로 인해 한결 쉬워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미 FTA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009년 이후 한국 자동차 산업은 더욱 발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먼 미래에는 자동차 산업의 발전이 예견됐지만 올해 연초부터 현대자동차 노조의 성과급 관련 파업으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어 현대차의 생산차질은 곧 한국 자동차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시 이 문제는 정·재·관계 관심의 집중대상이 됐다.
당시 울산 현대차공장 노조가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로 상경투쟁을 했을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 현대차 경영진에게 폭력투쟁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차 노사의 극적인 타협으로 인해 파업은 마무리됐지만 6월 들어 한·미 FTA 반대 파업을 금속노조와 함께 주도하면서 다시 한 번 여론의 비난과 함께 정부당국의 강력한 사법처리 방침을 재확인하게 됐다.
특히 현대차 노조의 매년 계속되는 파업은 국내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게끔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매년 성장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수입차 가격에 대한 거품논란이 제기되면서 일부 수입차 딜러들이 수입차 가격의 거품을 빼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수입차 가격의 하락 폭이 얼마나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정유업계 실적은 '맑음', 여론은 '흐림'
정유업계는 지난해 원유정제마진 축소라는 경영환경의 악화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제마진 축소도 개선되고 고도화설비 증설과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 투자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실적개선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SK(주)는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선언하며 제2의 창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고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설비 증설에 2조여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S-Oil은 한진그룹이 자사주 인수와 함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대기업간의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
GS칼텍스도 해외진출을 가속화하고 고도화설비 증설을 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에 나섰지만 경유에 등유식별제를 첨가해 판매하다 회수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특히 정유업계의 경우 올해 여론으로부터 소외당하는 사례가 지속됐다.
지난 2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가격담합혐의를 적발, 과징금을 부과해 비난이 쏟아졌으며 최근 기름값의 고공행진 원인이 정유사들의 폭리라는 일각의 지적에
따라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정유사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세후 공장도가격에 대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일어나자 GS칼텍스는 공장도가격 발표를 중단했고, SK의 경우도 산업자원부의 석유가격 고시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세후 공장도가격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조선·철강·중공업 '세계 강국' 확인
올해 상반기는 조선·철강·중공업 등의 분야는 세계 속의 한국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시기였다.
조선과 중공업은 해외에서 잇따라 선박 수주를 이뤄냈으며 특히 중공업 회사들은 해외 에너지 시설이나 플랜트, 담수시설 등의 공사계약을 체결, 조선·중공업 강국이라는 명성을 이어갔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8일 영국으로부터 1조원 상당의 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5월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화력발전소를 인도에 건설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한진중공업은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고부가 잠수지원함 2척을 수주했으며 완공도 되지 않은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서 컨테이너선 8척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철강분야에서는 포스코의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 준공이 상반기 최대의 뉴스였다.
포스코는 지난 5월 용광로 공법을 대체하는 차세대 혁신 제철 신기술인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를 준공, 세계 철강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코의 새로운 제철기술인 '파이넥스'는 벌써부터 중국에 수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외에서 잇따른 '러브콜'을 받는 등 철강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다시 한 번 드높인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