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수사 본격화] 법조계 “고의성 입증 어려워 살인죄보다 과실치사 유력”

입력 2016-04-2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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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책임 어디까지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사과 및 보상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리 그래도 기업이 사람을 일부러 죽였겠나. 살인죄 적용은 쉽지 않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검토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는 20일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피해자와 유족을 중심으로 업체가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대체적으로 과실치사 수준을 벗어나는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지난 19일 옥시레킷베킨저 인사 담당 김모 상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앞으로 관련 업체 관계자들을 차례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날 김 상무를 상대로 살균제의 유해성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의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체가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유해한 살균제를 판매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살인죄는 하한이 징역 5년이고, 무기징역 선고도 가능한 중범죄다.

김진현(51·사법연수원 24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고의성이 있어야 하는데,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도 “세월호 사건 때 검찰이 이준석 선장과 항해사 등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는데 하급심에서 결론이 엇갈리다가 이 선장에 대해서만 유죄를 확정했다”며 “그만큼 살인죄 입증은 어렵다”고 말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형법 상 ‘부작위’는 위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위험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적극적으로 이를 예방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제조업체가 제품 안전 보장 등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아 사망이 발생했다면 실제 사람을 죽인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현석(50·22기) 법무법인 위 변호사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을 경우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용인해야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되기 때문에 법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법적으로 피해자에게 보호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에게 적용되므로, 제조업체가 법적으로 그러한 위치에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수사 방향대로 업체들이 제품의 유해성을 몰랐더라도 안전관리 등을 소홀히 한 부분이 드러나면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할 수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죄는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 해 사람이 죽었을 때 적용한다.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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