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모범규준] 자율이라더니…이해상충 방지 요건’ 벽 증권사에만 높아지나

입력 2016-04-19 10:37수정 2016-04-1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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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사모펀드 등록기준안…강제성 없다지만 업계는 눈치만

지난해 ‘그림자규제’ 대청소에 나선 금융당국이 여전히 대표적인 비명시적 규제인 모범규준으로 입법 공백 메우기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모범규준은 강제성 없는 자율규제임에도 업계는 자발적으로 보조를 맞추며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19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이하 헤지펀드) 겸업을 준비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애초 법 개정 시보다 이해상충 방지 요건을 엄격히 따질 수 있기 때문에 사무공간을 이전하고 준법감시인 역할을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당연히 위법행위 예방을 위해 내부통제를 철저히 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지만 헤지펀드 영업을 위해서는 금융위 등록 문턱부터 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증권사의 헤지펀드 겸업을 허용하도록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후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 금융당국은 명확한 등록요건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금감원 주도로 운영된 ‘이해상충 방지 태스크포스(TF)’에서 나온 임시 안들을 토대로 자체적으로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증권사들이 자발적으로 높은 수준의 이해상충 방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현행법상 등록제인 진출입 요건이 법 개정 이전의 인·허가 형식으로 사실상 퇴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본시장법 제249조의3과 같은 법 시행령 제271조의2, 271조의4에서는 헤지펀드 등록 요건을 밝히면서 그밖에 검토가 필요한 사항은 금융위 고시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 마련될 증권사의 헤지펀드 등록 요건은 금융투자협회에서 마련하는 업계 자율규제 수준에 불과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만약 새로 나올 등록 요건이 기존 법에서 완화한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그림자규제나 행정지도 비슷한 성격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아직 요건들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명확히 판단하기는 곤란하다”며 “만약 강화된 요건들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증권사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기존 규제완화 추세와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창국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위임 없이 자본시장법 규제 수준을 넘어서 등록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며 “마련 중인 요건은 이미 법에 다 있는 내용이라 우려가 없으며 아직 전부 확정된 상황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상 위임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면 명시적 규제인 고시로 진행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 ‘금융규제 운영규정’까지 마련하며 비공식 행정규제를 걸러내겠다는 목표를 밝혔기 때문이다.

당국은 금융회사에 대한 개입을 줄여 업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이해상충 방지 TF도 금감원 주도로 운영하며 자가당착에 빠졌다. 그야말로 업계의 ‘자율규제’인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을 금감원 주도로 작성하게 되면 사실상 비명시적 행정규제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소송 전문 변호사는 “현재 헤지펀드 진출입이 인허가가 아닌 등록제이므로 증권사가 자율규제가 정한 등록요건이 아닌 법 수준의 요건만 갖춰 등록 신청을 낸다고 해도 금융당국은 이를 거부할 재량권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위법행위 발생 우려가 커서 사무실이나 전산 분리, 준법감시 부서 설치 등 비용이 꽤 드는 요건을 강제할 생각이라면 ‘안 지켜도 그만’인 모범규준이 아니라 법에 근거를 마련했어야 한다”며 “당장은 등록을 위해 회사들이 자율규제를 따르겠지만 그 이후에도 금융당국이 ‘권한 있게’ 규제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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