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프랭크 터너 ‘예일대 지성가 강의’

입력 2016-04-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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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생이 듣는 인문학 강좌 15개

“예일대 학부생들은 어떤 인문학 강좌를 들을까?” 오랫동안 예일대생에게 인기를 끌었던 열다섯 강좌가 책으로 나왔다. 바로 프랭크 터너의 ‘예일대 지성가 강의’(책세상)다. 사학과 교수였던 저자는 학생들이 유행하는 이론이나 사회운동에 휩쓸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의 소망은 “역사가의 역할은 현재와 과거 시대의 무익한 잡동사니를 헤치고 나아가 무의미한 헛소리를 걷어내고 주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라는 문장에 담겨 있다.

이 책은 근대성에 도전한 루소로부터 시작해 새로운 세상을 연 니체에 이르기까지 18~19세기 유럽의 지성사와 문화를 압축하고 있다. 그의 지성사 강의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이성보다는 감정과 의지를 중심으로 지성사를 풀어나간 것이다.

주체라는 개념에 대한 탐구는 17세기 유럽대륙의 합리론과 영국의 경험론에서 시작되어 계몽주의의 토대로 발전하게 된다. 계몽주의는 이성에 대해 무한 신뢰를 가졌다. 이 영향으로 18세기에 자유주의, 민주주의, 산업자본주의가 발전하였고, 19세기에는 경제학과 공리주의, 실증주의, 진화론,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어지게 된다. 이 같은 흐름에 맞서 또 하나의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는데 낭만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 개신교 복음주의와 감정 신학의 등장이다. 이 흐름은 18~19세기 인간의 정신이 이성뿐 아니라 감정과 의지, 상상력의 측면에서 크게 발전하였음을 말해준다.

예를 들어, 17세기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18세기 유럽 지식인들은 “나는 느낀다. 그러므로 확신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다. 이런 주장은 후에 “나는 상상한다. 그러므로 주체와 객체를 통한다”, “나는 직관한다. 그러므로 신성을 체험한다”, “나는 욕구한다. 그러므로 생기 넘치는 현실에서 산다”, “나는 의지한다. 그러므로 자유인이다”라는 주장들로 발전을 거듭한다. 이런 변화는 철학은 물론이고 신학, 예술, 심리학, 문학 등에서 혁명적 변화를 일으킨다. 이 책은 지성사에서 굵직굵직한 역할을 맡았던 중요 인물들의 삶과 주장을 짜임새 있게 다루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설파한 토크빌(2장), 개인의 자유를 옹호한 밀(3장), 창조론과 맞선 다윈(7강), 노동자 계급을 각성시킨 마르크스(8강), 음악으로 이상향을 표현한 바그너(12강) 등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루소는 근대 유럽 사상의 원천으로 불린다.그는 귀족사회와 자본가 계급이 지배하는 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대안으로 급진적 평등주의를 내세운다. ‘루소가 왜 후한 평가를 받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의 주장 곳곳에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계몽된 지식과 시민 의식으로 쇠퇴하지 않고 예외로 남은 나라가 하나 있었다. 그 나라가 바로 스파르타이다”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군인의 가치와 종교인의 가치에 우위에 두어 덕이 꽃피고 번성했던 고대 스파르타인의 세상과, 돈과 상업이라는 잣대로 모든 것의 가치를 매기는 부패하고 사치스러운 근대인의 세상”이라고 주장한다. 학계에서 후한 평가를 받는 사람들의 주의나 주장도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허황돼 보이는 것도 드물지 않은데 루소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지성사는 19세기를 수많은 ‘주의’가 분출한 위대한 세기라고 평가한다. 그런 ‘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대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성사를 탐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유와 평등 사이에 갈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두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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