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은 정치권 뿐만 아니라 집권 하반기에 접어드는 박근혜 정부에게도 중요한 이벤트다. 그간 끊임없이 분열과 통합을 거듭해온 야권 입장에서 이번 총선 성적표는 지지자들의 속마음과 함께 향후 나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60대 이상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는 기울어진 지형에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까지 굳어져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에게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를 꼽으라면 의석수 180개 또는 154개가 될 것이다.
새누리당이 총 300석 가운데 헌법개헌선인 180석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면 그동안 자신들을 괴롭히던 ‘국회 선진화법’ 내용을 고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180석이라는 압도적 승리 그 자체를 바탕으로 하반기 국정운영에 큰 동력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간 여당의 숙원사업이었던 노동개혁 5개법안을 비롯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이버 테러방지법’ 등 다양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김무성 대표 등 내년 대선을 준비해야하는 당의 대권 유력 주자들에게도 유리한 구도로 작용할 것이다.
당에서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전부터 180석에 대한 기대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공천파동으로 인해 전통적인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현상이 감지되자 즉시 몸을 낮추고 과반도 어렵다는 등 철저하게 ‘겸손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달콤한 결과와 반대로 4년전인 19대 국회 당시 획득한 154석 혹은 과반의석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에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경우 정부와 당에서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이 줄줄이 막힐 수밖에 없다. 여권 내에 잠룡들의 계획에도 장애물이 될 것이다.
야권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 쟁탈전을 치르며 상호 총구를 겨누는 바람에 새누리당에 과반 이상을 내주게 생겼다.
더민주에서 집중하고 있는 숫자는 107석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에 미달할 경우 당에서 떠나겠다고 밝혔다. 107석을 넘기게 된다면 김종인 체제가 선거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정비하고 국민의당 등 야권과 여당에 대항하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연대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107석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김 대표가 당을 떠나고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한동안 혼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음지에서 선거를 이끌어 온 문재인 전 대표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호남에서 지지를 못 받을 경우’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정계은퇴까지 꺼내며 배수진을 쳤다. 결국 더민주는 총선 승리 방정식으로 100석 이상이라는 성적과 호남 전패를 막아야 한다는 등 조건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최대 40석까지 바라보고 있다. 만약 호남 28석의 ‘싹쓸이’에 성공하게 된다면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더민주를 제치고 수도권 등 다른 지역까지 세를 확장해 대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야권에 대권후보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상대해 왔음을 생각하면 안 대표는 향후 더민주에서 내세운 후보와의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호남에서 더민주에 몇 석을 내어주는 등 ‘절반의 승리’에 그친다면 안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