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나라를 위해

입력 2016-04-1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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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근로복지공단 통근버스의 창문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져 있다. 이 문구는 우리에게 화두를 던진다. 일하는 사람들이란 누구를 말할까? 그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월 기준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4300만 명 중 일을 하고 있는 취업자는 2500만 명이다. 그중에서 전통적 근로자, 즉 어느 회사에 소속되어 사장님의 지휘를 받으며 일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이는 1900만 명이다. 그밖에 자영업으로 직접 일하거나, 근로자로 볼 수는 없지만 독립적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중간형태로 일하는 이들이 600만 명에 이른다.

일하는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조건들이 필요하겠지만 그중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건강한 방어기제’로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제도로 근로기준법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앞서 말한 전통적 근로자만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사람들 중 자영업자나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적 위치에서 일하는 약 600만 명은 근로자와 같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산업구조와 고용형태의 변화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빠르고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 고용ㆍ종속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직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 직종으로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레미콘 운전자,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카드 및 대출 모집인, 대리운전기사, 텔레마케터, 화물운송차주, 물류배송기사, 덤프트럭 기사, 트레일러 기사, 우버택시·우버셔틀·플랫폼 사업의 배달앱 기사 등이 있다.

이들은 전통적 근로자도 전통적 자영업자도 아닌 특수한 형태의 고용관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는 이러한 분들을 특수고용 형태 종사자라고 부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수고용 형태 종사자는 약 60개 직종 230만 명에 달한다. 일하는 사람 10명 중 1명 정도는 특수고용 형태 종사자라는 얘기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보호대상에서 제외되고 사회보험에서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해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산업구조와 고용형태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제도적 장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 형태 종사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행히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노무종속성이 강한 이들을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또 출퇴근 중 발생하는 재해로부터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출퇴근 재해 산재인정범위 확대 등 노동개혁법은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 조속한 입법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등 관계기관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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