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줄어 신용대출 불가능…취급할 어음 없어 사채시장도 어려워
최근 시중 유동성이 크게 증가해 당국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정부의 부동산 가격 억제정책 등과 맞물려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축소되면서 중소기업대출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은행들은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에 등록 대부업체는 사채시장에까지 가서 자금을 융통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사금융시장에서 바라보는 중소기업의 현황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돈을 빌려줄 중소기업이 없다”는 것이 사금융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서울에서 기업대상 신용대출업무를 하고 있는 한 등록 대부업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중소기업들이 제법 매출이 있었지만, 올해는 중소기업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라며 “이 때문에 지난해는 제법 신용대출이 많이 나갔지만, 현재는 대출을 할 곳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금융은 소비자금융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업에 대한 당국 및 일반인들의 시각이 너무 나쁜데다 대출을 실행할 만한 곳이 없어서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기업금융을 하는 대부업체 및 사채업체들은 기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부터 기업DB를 구입해 대출처 확보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인터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데이터를 구입하는 사금융업체(등록대부업+사채업)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은 데이터를 구입해 기업을 살펴본 후 실적이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팩스를 보내고, 전화를 하는 등의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뿐만 아니라 명동 어음시장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어음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취급할 만한 어음이 없다는 것이 명동 사채시장의 현 주소다.
명동 사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어음의 절대적인 숫자도 줄어들었지만, 취급할 수 있는 어음이 없는 등 어음시장 자체가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부동산 경기가 어려우면 관련 업체들도 어려운 것처럼 어음시장이 죽으면서 명동 사채시장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사무실 직원을 줄이고, 사무실 규모를 축소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업금융 대부업 종사자는 “하반기 이후에는 경기가 살아난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무엇인가 조짐이 보여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중소기업 경기가 살아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기업금융을 하는 입장에서는 도저히 대출이 나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서 신일이 부도가 난 후 ‘내년 6월까지 버티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내년 2월 정권이 바뀐 후 기업들이 정책을 결정해 시행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6월이기 때문”이라며 “그 때까지 그야말로 중소기업들은 시장에 돈은 넘치나 투입될 돈은 없는 ‘동맥경화 현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