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환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미국의 유명한 퀴즈쇼 ‘제퍼디’에서 우승한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이미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활용, 세계 최고 수준의 의사가 내릴 수 있는 진단 및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한다. 설사 보완적인 역할이라 해도 의료서비스 분야의 변화는 자명해 보인다.
이런 변화를 각 부문에서 선도하는 곳은 글로벌 기업들이다. 실제, 구글은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를 포함해 인공지능 관련 기업 인수에 33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왔다. 구글은 글로벌 무인차 경쟁에서도 치고 나가고 있다. BMW, 도요타 같은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애플, 바이두, 테슬라 같은 기업들도 인공지능 분야 개발과 투자를 앞다퉈 늘리고 있다.
인공지능이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냉철하고 능동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이미 인공지능 이슈는 추상적 고민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이 필요한 과제로 전환됐다. 지난해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약 1270억 달러, 150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커졌고 2017년까지 165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를 이끌어갈 바람의 방향이 인공지능 발 4차 산업혁명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정부도 민관이 함께하는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세우는 것을 필두로 앞으로 5년간 인공지능, IoT,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산업 분야에 1조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사실 우리 정부와 민간기업들의 인공지능 분야 투자와 결실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그러나 제철·선박기술 등 그간의 전략분야 발전 역사에서 보듯 우리 민족 특유의 창의성을 발휘해 연구와 지원 정책을 빠르게 펼쳐나간다면 분명 승산이 있다.
구글의 치밀한 사전 보안과 알파고의 엄청난 기보 자료에도 불구하고 이세돌은 네 번째 대결에서 창의적인 ‘신의 한 수’라 불리는 78수로 알파고에 패배를 안겨줬다. IT비즈니스 현장도 바둑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만의 창의적 78수를 찾아야 한다. 당장 계약이 생명줄인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러한 신의 한 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기보다 인재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함께 해당 기술을 요구하는 현장의 수요가 만들어질 때 앞당겨 찾을 수 있다.
최근 국내외 수출 상담회나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같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우리 IoT 기술에 대한 해외바이어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IoT 분야 경쟁력 확보는 인공지능 기술을 얼마나 잘 접목하느냐와도 연결돼 있다. IoT 상품을 더욱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5월에 미래부 주최로 열리는 ‘월드IT쇼’에서는 다양하고 대표적인 IoT 기술과 인공지능 제품이 선을 보인다. IoT뿐 아니라 인공지능 분야 리더를 꿈꾸는 국내외 ICT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이번 행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