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자 정신 개조하겠다는 금융당국

입력 2016-04-0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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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자본시장부 기자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제2차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에는 금융 관행이라고 보기 어색한 항목 하나가 슬며시 자리했다. 마지막 20번째 개혁 과제인 ‘금융투자의 자기책임 원칙 확립’이다.

금융투자는 기본적으로 투자자 책임이라는 확고한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각종 금융교육 등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제1차 개혁 과제에서 20번째 항목은 ‘금융상품 정보 제공 확대’였다. 1년 만에 금융당국이 투자자를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달라진 것이다.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위험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불완전판매 우려 등을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홍콩 증시 급락으로 대규모 ELS의 녹인(Knock-in·원금손실)구간 진입이 문제가 되자 당시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위험도가 가장 높은 파생상품에 목돈을 투자하면서 손실이 나면 남 탓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거칠게 말했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투자자의 자기책임을 ‘개혁과제’에까지 선정해가며 고치려 들 만큼 그 책임에 걸맞은 권한을 부여했는지는 의문이다. 아직도 개인투자자는 기관과 외국인이 모두 가능한 공매도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해외에서도 널리 활용되는 합법적인 헤지(hedge) 방법이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투기세력’으로 매도당한다. 악용하는 기관도 분명히 있겠지만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비대칭성이 논란의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 현대증권을 비롯해 셀트리온, 토비스 등 다수 종목에서 공매도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대여(대차)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캠페인을 펼치며 자체 대응하고 있다. 이 와중에 금융당국은 공매도 관련 법을 개정하며 기관과 외국인의 투자 의지는 꺾고 개인에겐 근본적인 해결책도 되지 못하는 ‘규제 강화’를 택했다.

정신 개조는 국민을 보호하고 가르쳐야 할 어린아이로만 인식하는 금융당국에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진정 국민을 부자로 만들고 싶다면 1만원짜리 ISA 계좌 양산에만 열을 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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