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타임푸어 위한 ‘낮잠’ 선물… CGV ‘시에스타’ 입장료 1만원 비싼가요?

입력 2016-03-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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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아이클릭아트)

르네상스가 낳은 천재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불세출의 영웅 나폴레옹(Napoleon I)
현대사의 거인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기부문화의 선구자 존 데이비슨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

세기를 대표하는 네 명의 위인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낮잠’입니다.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4시간마다 10~20분간 잠을 잤습니다. 19세기 유럽을 지배하고 프랑스 황제에까지 오른 나폴레옹도 부족한 잠을 오수(午睡)로 보충했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 역시 독일이 런던을 폭격할 때, 방공호에서 눈을 붙였고요.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의 장수 비결은 매일 12시마다 1시간씩 청하는 주침(晝寢)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午睡ㆍ晝寢; 낮잠)

“요즘 같은 시대에 낮잠은 사치지.”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출발선이 다른 금수저와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는 흙수저에게 ‘낮잠=낙오’죠. 바쁘게 살아야 성공한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잠은 인생의 사치’란 에디슨 말에 더 공감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한국 미생들은 낮잠을 안 자는 게 아니라 못 자는 겁니다. 지난해 취업포털 파인드잡에서 조사를 해봤는데요. 직장인 10명중 7명은 자신을 타임푸어족(일하면서도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장인 30%는 퇴근길에 번아웃 증후군(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피로감으로 인해 무기력증ㆍ자기혐오ㆍ직무 거부에 빠지는 증상)’을 겪는다고 하네요.

문제는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 써도 티가 안 난다는 거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국 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 45시간이나 더 늘었죠. 터키와 벨기에를 제외한 32개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오래 일합니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바닥입니다. 구매력평가지수(PPP)로 따져보니 30달러(약 3만5000원)밖에 안 됩니다. 1시간 노동력을 투입해 30달러 가치의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죠. 미국(65달러)ㆍ프랑스(61달러)ㆍ독일(59달러)의 절반 수준입니다.

(출처=한국생산성본부ㆍ한국경제연구원)

야근의 역설입니다. ‘주 4일제’를 도입한 에이스그룹과 ‘새마음 캠페인(퇴근할 때 인사하지 않는 것)’을 벌이는 우아한 형제들의 시도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죠.

직장인 76% ‘졸음이 업무에 지장을 준 적이 있다.’(잡코리아 설문조사, 2015년)

하품조차 눈치를 살피고, 쓰디쓴 커피로 잠을 쫓는 직장인들을 위해 최근 CGV가 ‘시에스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시에스타는 스페인어로 ‘달콤한 낮잠’을 뜻하는데요. 이탈리아, 그리스 등 지중해 국가들에서 행해지는 독특한 오침 풍습입니다. 2014년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한국판 시에스타’를 도입해 큰 화제가 됐죠. 대기업에서 이런 서비스를 하는 건 CGV가 처음입니다.

자세히 살펴볼까요? 우선 입장료는 만원입니다. 표를 끊으면 직원이 클라이너(등받이가 뒤로 넘어가는 안락의자)가 있는 프리미엄관으로 안내합니다. 담요와 귀마개, 안대, 슬리퍼가 기본으로 제공되고요. 숙면을 도와주는 힐링 음악과 함께 아로마 향초도 마련돼 있습니다.

“푹 잤어요. 좀 비싸긴 한데 요즘 커피 한잔도 4000~5000원 하니까요.”

어제(22일) CGV 시에스타를 이용했다는 지인에게 소감을 물었습니다. 월요일 회식으로 오전 내내 몽롱했는데, 1시간 동안 단잠을 자고 상쾌한 기분으로 오후 업무를 봤답니다.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며 만족해합니다. “또 가겠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답하네요.

(출처=CGV 여의도 홈페이지)

물론 절대적인 가격만 따진다면 비쌉니다.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의자에 앉기만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피곤함에 절어있는 미생에게 한잠의 가치는 만원 그 이상입니다. 이번 CGV의 시에스타 가격 논란은 직원들이 CEO에게 보내는 간청(?)이 아닐까요?

“사장님, 회사에 잠시 눈 붙일 공간만이라도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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