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 이야기] 복기의 지혜를 배우자

입력 2016-03-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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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세계적인 바둑 대결이 끝났다. 바둑용품과 바둑 서적의 판매가 급증하고, 바둑학원에 수강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니 바둑 열풍이 당분간 거셀 듯하다. 1승4패로 지긴 했지만 이세돌 9단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3연패 후 1승을 거둔 뒤, 환하게 웃던 이세돌 9단의 웃음도 잊을 수 없지만 경기에 패하고서도 끝까지 복기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실수와 패착을 되돌아보며 매번 뼈아프게 그날의 바둑을 복기하면서 프로들은 내면적으로 더욱 성숙해진다고 한다. 충격적인 패배 앞에서도 묵묵히 복기를 하는 바둑계의 아름다운 전통을 바라보면서 복기를 부부싸움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소한 일로 시작됐지만 감정과 감정이 격하게 부닥쳐 벼랑 끝으로 치닫는 부부싸움이 많다. 하지만 싸움이 끝난 후 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부부싸움을 복기할 수 있다면 파국을 부르는 부부싸움은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그때 리모컨을 던지지만 않았어도’ ‘내가 그때 남편의 학력을 들먹이지만 않았어도’ ‘서로 집안 욕을 하지만 않았어도’….

설사 홧김에 잠시 이성을 잃고 큰 실수를 했더라도 복기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는다면 훌륭한 부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복기를 하면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진정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면 오히려 나의 오해가 불러온 내 잘못도 바로잡을 수 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하고 화해하면서 그 싸움을 부부가 더욱 화목하게 살아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다면 복기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복기는 자녀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다. ‘내가 아들을 위한다고는 했지만 몽둥이로 엉덩이를 때린 것은 체벌이 아니라 화풀이였네’ ‘똑같은 얘기라도 내가 첫 마디를 조금만 부드럽게 했다면 딸아이가 그렇게 대들지는 않았을 텐데, 설사 딸아이가 그렇게 대들더라도 내가 욕을 하며 뺨을 때리지만 않았어도 이런 사달은 안 났을 텐데…’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자녀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면 아무리 부모라고 하더라도 솔직하게 사과하는 용기를 발휘해 볼 일이다.

상담 현장에서 부부의 동의를 구한 후,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녹화하는 경우가 있다. 상담자 앞에서까지 부부싸움을 그치지 않던 부부라도 서로 나눈 대화 내용을 보여주면 내가 정말 저렇게 심하게 했었나, 놀라면서 효과적인 소통 방식을 찾아 나간다.

그러나 가정에서의 복기는 바둑판이나 바둑돌도 필요 없다. 잠들기 전에 잠시 오늘 하루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복기가 가능하다.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면서도 복기를 할 수 있다. 일기를 쓰거나 기도를 통해 복기할 수도 있겠지만 부부가 서로 부드럽게 대화하면서 복기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비난이나 원망, 책임 전가로 빠질 것 같으면 복기를 잠시 미루는 것이 좋다.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으면서 나를 성찰하고 서로를 성장시키는 ‘복기’를 통해 우리 집에 웃음꽃을 피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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