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606억 전년보다 90.3% 뚝↓ 글로벌 경기부진에 단가하락 압력 겹쳐… 향후 행보 주목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이 승진 후 처음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부진과 디스플레이의 공급과잉으로 단가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실적 부진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14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지난 연말 LG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에 오른 한상범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시 한 부회장은 차별화된 기술선도를 통해 6년 연속 글로벌 1위 달성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을 성공적으로 사업화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부회장 승진도 잠시 곧바로 위기감이 스며들었다. 지난해 중반까지 잘나가던 실적이 작년 4분기 고꾸라지면서 1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06억원에 머물렀다. 전년동기 대비 90.3% 감소한 수치다.
시장조사업체인 IHS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32인치 LCD 패널의 가격은 지난해 초 100달러 선에서 2분기 90달러, 3분기 80달러, 4분기 6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이는 중국기업의 물량공세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자국 LCD 산업 보호를 위해 2012년부터 32인치 이상 LCD 패널의 관세율을 3%에서 5%로 높이는 등 보호무역 정책을 쓰고 있다. 55인치 또한 지난해 초 평균가격(ASP)이 265달러였지만 연말에는 198달러까지 떨어지며 실적 전망을 더 우울하게 하고 있다.
올 1분기의 실적부진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CD 패널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기업의 물량공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가 극약처방으로 경북 구미에 위치한 P2, P3 LCD 생산라인 가동중단을 검토하고 있지만, 올해 실적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에서는 올 1분기 LG디스플레이의 영업손실을 700억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LG디스플레이는 2012년 2분기 이후 15분기만에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연간 영업이익도 크게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LG디스플레이의 최근 4년 간 연평균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000억원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다.
이를 고려해 증권사들도 LG디스플레이의 목표주가를 연이어 내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3만10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내렸다. KB투자증권도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상반기까지 부진한 실적을 낼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3만원에서 2만7000원으로 낮췄다. 현대증권도 LG디스플레이에 대해 올 상반기 이후에나 실적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2만8000원에서 2만6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무엇보다 한 부회장이 최고경영자로 있으면서 이 같은 위기상황을 경험하지 못한 점은 부담요인이다. 올해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한 부회장이 최고경영자에 오른 뒤에는 업황이 호황을 누리면서 위기상황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올해 실적부진이 예상되는 LG디스플레이를 어떤 묘책으로 타개할지가 업계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2013년 1조1600억원, 2014년 1조3500억원, 2015년 1조6200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탔다. 한 부회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오른 시점은 2013년 말 정기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