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NHK 스페셜제작팀 ‘노후파산’

입력 2016-03-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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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얘기 아닌 일본 노년층의 위기

“제가 이런 노후를 맞을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일본은 고성장기를 오랫동안 누렸고 노년층은 비교적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우리가 이해하는 바와는 차이가 있다. NHK 스페셜제작팀 공저, ‘노후파산’(다산북스)은 TV스페셜 프로그램에서 다루지 못한 상세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이른바 노인 빈곤 문제를 넘어서 노인 파산 문제를 다루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독거 고령자가 600만 명 정도에 이르며 이들 가운데 정부로부터 생계보호를 받는 사람이 70만 명이다. 200만 명 정도가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빈곤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들을 ‘노후 파산자’라고 부를 수 있다. 연금으로 근근이 생활하다가 병에 걸리는 등의 요인으로 파산에 이르는 사람들을 말한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노후 파산은 특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중산층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직면할 미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더 심각하게 이런 상황을 맞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해 본다. 이유는 우리가 일본보다 개인의 경제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의 첫 부분에 우리 사회에 주는 경고의 메시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저자들은 묻는다. “왜, 노후 파산 문제가 일본에서 사회문제가 되었을까?” 여러 요인들 가운데 주요 요인을 “일본은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세대 수입 감소현상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 문장으로 결론 짓는다. 나라가 성장할 수 있을 때 그 기회를 철저하게 이용하지 못하면 노후 파산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에서 평균 소득이 가장 높았던 1990년대에는 가구당 수입이 6500만 원을 넘어섰지만 2012년에는 55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해에 평균소득이 3000만 원을 밑도는 세대도 30%나 되었다.

일하는 세대의 경제력이 게속적으로 내려앉으면서 근근이 생활하는 부모의 연금에 기대는 가족들이 늘어나게 된다. 구조조정 때문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 가운데 독신자는 부모와 합류하게 된다. 또한 1995년 이후에 일본에서도 고용환경이 악화하면서 중년의 나이에도 결혼을 하지 못한 채 임시직으로 전전하는 사람들도 부모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저자들이 취재를 하면서 가슴 아파한 것은 많은 고령자들이 한 번도 자신이 이처럼 힘든 노후를 맞을 것을 상상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대부분 성실하게 일해 왔고 저마다 노후 준비를 해 왔던 사람들이다. 저자들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저금리 상황이 이처럼 구조화될 것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노년의 기간이 길어지고 금리 수입이 바닥을 치면서 저축만으로 길고 긴 노후를 보내야 한다. 노인들은 얼마 되지 않는 저축액이 점점 줄어들면서 엄습하는 불안감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한다. 독거 노인뿐만 아니라 부부가 제법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다가 한 사람이 죽으면서 연금액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책을 읽는 내내 일본이 걸어온 길은 우리가 걸어갈 가능성이 높은 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신의 앞날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한 노인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새겨들어야 한다. “젊었을 때는 자신의 노후 같은 건 생각을 안 하지 않습니까? 매일 바쁘고 매일 즐겁지요. 그래도 열심히 일해 왔는데 설마 이런 노후를 맞이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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