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요란했던 금융개혁 1년

입력 2016-03-0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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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금융시장부 차장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을 시작한 지 만 1년이 흘렀다.

금융위원회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해 3월 16일 취임 직후 금융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각종 그림자 규제를 개선하고 금융시장 자율경쟁 강화, 소비자보호 정책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추진된 ‘임종룡식(式)’ 금융개혁에 대한 평가는 그리 너그럽지 못하다. 더군다나 금융개혁의 모호한 방향성은 비판의 대상마저 되고 있다.

금융개혁의 초점이 흐려져 금융권과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킨 사례는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들에 “비 올 때 우산 빼앗지 말라”고 했다가 10월께 기업부채 문제가 불거지자 “좀비기업 정리를 주저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얼마 전에는 금융개혁의 어젠다로 은행 성과연봉제가 등장했다. 호봉제 중심의 연봉 체계를 뜯어고쳐 성과중심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게 골자다.

금융위는 인센티브까지 줘가며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권장하기로 했다. 국책은행 등을 통해 시작된 성과연봉제가 민간은행까지 확산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중 은행장들을 불러 모아 성과연봉제의 빠른 도입을 주문했다.

연봉체계 개편은 노사의 자율적인 합의 사항인 만큼 갈등만 조장했다. 게다가 성과연봉제 도입은 금융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노동개혁과 연관성이 더 깊다. 금융개혁과는 맞지 않는 옷이다.

지난 1년간 요란했던 금융개혁 구호에 비해 성과는 초라하다.

금융개혁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인 계좌이동제는 지난해 7월 시행된 후 지난달 말까지 3단계가 진행됐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3단계 계좌이동제 서비스 시행 첫날 30만건의 계좌변경 건수는 둘째 날부터 절반 이하로 떨어져 평균 15만건을 유지했다.

주거래 통장을 옮기는 금융 소비자 대부분이 대출금리, 서비스 등에 불만을 품은 경우인 만큼 ‘진성 고객’의 이동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23년 만의 새로운 은행 출현도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꾼 일대 사건으로 꼽히지만, 뒷심이 부족하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KT컨소시엄의 ‘K뱅크’와 카카오컨소시엄의 ‘카카오뱅크’에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줬다.

그러나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를 늘리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금융당국의 정책 로비 실패로 추동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국민 재산을 늘리겠다며 조만간 도입하는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도 은행, 증권사 간 밥그릇 싸움만 일으켰을 뿐 실효성에 대해서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수익률과 비과세 혜택, 그리고 금융회사에 제공해야 할 수수료 등 소비자 입장에서 꼼꼼히 따져봐야 할 내용에 대해 제대로 홍보하는 곳을 찾기 드물다. 오히려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만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냈다. 하지만 핀테크 역시 진정한 금융개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핀테크 기업이 1년 새 5배 이상 늘었지만, 이러한 숫자는 금융개혁과는 무관하다. 차라리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로 표현하는 게 맞다.

최근 금융위는 금융개혁 공익광고를 핀테크로 채웠다. 후반부에는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단말기에 결제하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이게 금융개혁은 아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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