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대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까닭

입력 2016-03-04 10:38수정 2016-03-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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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63으로 금융위기에 휩싸였던 2009년 3월 이후 6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투자와 고용은 기업발전의 핵심이다. 따라서 매년 기업들은 심도 있는 연구와 분석을 통해 종합적인 투자와 채용계획을 수립해 집행한다. 그러나 올해는 두 달이 지나도 무슨 투자를 할지 방향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인력의 신규 채용은 아예 엄두를 못 내고 오히려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4년 53만 개에 이르던 일자리 창출이 올해에는 30만 개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기업마다 무슨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현상 유지가 최선이라는 수비경영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실로 큰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투자를 피하는 것이다. 당연히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명맥을 이어가는 중소기업들은 살길이 막막하다. 최근 조선일보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개 대기업 가운데 올해 투자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거나 동결, 축소하겠다는 곳이 20곳에 달한다. 채용 규모를 정하지 못한 기업이 12곳이고 채용 계획을 확정한 18곳 중 채용 확대는 7곳에 불과하다. 중소기업들은 극도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전체 중소기업 중 20% 이상이 3년 이상 이익을 올려도 이자조자 갚지 못하는 한계 상태이다. 경제가 기능 불능 상태로 가고 있다. 한시라도 머물면 뒤처지는 것이 국제경쟁의 속성임을 감안할 때 대기업들의 투자 회피는 자신들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무엇보다도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을 떨어뜨려 실업자를 쏟아내는 사회적 불안을 낳는 일이다.

지난 1월과 2월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8.5%, 12.2% 감소했다. 사상 최악의 감소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산업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조선산업을 필두로 해서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 휴대전화 등 거의 예외가 없다. 현 추세로 나갈 경우 기업들이 경제를 안고 쓰러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 경제의 침체가 주요 원인이다. 10% 이상의 고속 성장을 하던 중국 경제가 6%대의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자 우리나라 수출이 결정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더욱이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기술을 거의 따라잡은 상태에서 위안화 절하의 힘을 빌려 저가 공세로 나오자 우리나라 수출 대기업들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기업들이 국내시장을 잠식해 중소기업들의 숨통까지 막고 있다.

기업들은 시중에 풀린 자금은 많아졌지만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현금을 쌓아 두고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시중통화량(M2) 잔액 2247조 원 가운데 기업이 보유한 금액은 590조 원에 이른다. 1년 전에 비해 13.4%나 늘어났다. 이 금액은 물론 대부분 대기업들이 이익을 내 쌓아놓은 돈이다. 대내외 여건상 투자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대외적으로 중국 경제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침체가 심화해 수출의 활로가 막혔다. 여기에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미국의 금리인상, 유럽의 금융불안, 신흥국의 부도위기, 북한 리스크 등 악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각각 1200조원과 2300조원을 넘어 내수경기는 빈사 상태이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를 회피하는 것은 환자가 생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업은 위기에 처할 때 소극적으로 방어를 하면 스스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다. 그러나 발상을 전환하여 적극적으로 투자하면 위기가 끝난 후 시장을 차지한다. 이런 견지에서 대기업들은 대규모의 유휴자금을 풀어 미래 투자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하여 중소기업과 함께 다시 일어서야 한다. 특히 미래 사업 발굴, 신상품 개발, 첨단기술 혁신 등에 청년들을 대거 투입하여 청년들이 스스로 실업을 극복하고 기업을 일으키는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안일한 정책을 버리고 기업환경을 과감하게 바꾸어 시중 자금이 기업의 창업과 투자로 흐르게 해야 한다. 이것은 경제에 대한 대기업과 정부의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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