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9일, 여야 득실은?

입력 2016-03-0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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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당에서 추진하는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데 대해 야당이 반발하며 시작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9일동안 대장정을 마치고 2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마무리를 제외하고는 이득을 봤다는 자평이 나오고 있다. 당초 첫 타자로 나선 김광진 의원이 발언대에 오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에서는 필리버스터 결정을 놓고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김 의원이 5시간 32분으로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기록을 깨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우호적인 반응이 커졌다. 이후 당내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은수미 의원이 10시간 18분으로 국내 최장 기록을 경신하면서 사노맹 사건으로 구속됐던 개인사가 집중 조명되는 등 급속도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비록 테러방지법의 통과를 막지는 못하지만 지난 9일동안 필리버스터를 통해 문제점을 충분히 환기시켰고, 참가한 의원들은 20대 총선에 대비해 자신의 이름도 알리는 효과를 거뒀다. 네티즌들은 예능방송을 패러디한 ‘마국텔’(마이 국민 텔레비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폭발적인 호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야당에 주목도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실익을 챙겼다는 계산이다. 당에서 발의한 테러방지법을 지켜내면서 당초 목적인 쟁점법안 처리를 견지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총선에서 민생의 발목을 잡는 야당의 프레임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필리버스터가 여권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야당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한 지난달 23일 이후 실시된 한국갤럽의 2월 마지막 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42%로 1주일 전과 같았고, 더민주 지지율은 20%에서 19%로 빠졌다.

아울러 더민주가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지지층에서는 끝까지 버티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해 전날 더민주 의원총회에서는 필리버스터 종료 시점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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