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민기업 포스코 ③] 신기술은 ‘미완성’ 신사업은 ‘미궁속’… 부실 뇌관도 여전

입력 2016-02-25 11:08수정 2016-02-25 13:09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파이넥스 공법’“시장성 제로에 가깝다” 부정적 평가… 리튬 등 신소재사업 투자도 도마 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12일 뉴욕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결 기준 9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집중적인 추궁을 받은 것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전망마저 부정적으로 돌아서자 권 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올해 취임 3년차로 임기 마지막해를 보내고 있는 권 회장의 경영사정이 녹록지 않다. 고육책으로 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술 판매 및 엔지니어링 사업’을 회사 정관에 목적사업으로 추가하고 파이넥스(Finex), 리튬 추출 등 고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 확대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들 기술에 대해 시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평가를 내놓고 있다. 파이넥스 공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추진하는 기술 상업화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인 것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한정된 매장량으로 고가의 코크스가 들어가는 소결과정을 거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에 친환경적인데다 공정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공법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포항제철소 현장에서 파이넥스 공법에 고가의 코크스를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철소 관계자는 “파이넥스 공법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기술로, 코크스를 넣지 않고 제품을 생산할 수 없는 구조”라며 “결국 고가의 철광석과 코크스를 넣고 쇠물을 생산해 원가경쟁력에서 의문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파이넥스 공법에 약 10조원을 투자하고도 대규모 양산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글로벌 철강시황이 이미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파이넥스 공법을 수입해 제철소를 짓는다는 게 납득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정관 변경을 통한 기술 상업화를 놓고 연구원 출신 권 회장이 악화된 경영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것이다.

한편 권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신소재사업에 투자 역시 여전히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 회장은 최근 숙원 사업인 리튬 사업을 본격 가동하고, 지난 14일 아르헨티나 살타주에서 상업용 리튬 생산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국내 기업이 리튬 공장을 짓는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리튬의 시장성에 대한 평가가 명확하지 않다. 지난해 전략담당 임원들이 리튬 기술 개발 투자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했으나 권 회장이 이를 묵살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들 신소재사업은 권 회장과 연구원 인력들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사실상 사업의 재검토 등의 절차가 차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부터 대규모 투자 논란에 빠졌던 신소재사업이 권 회장 임기 중에도 무분별한 투자가 지속됨에 따라 수익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 회장은 과거 리튬 개발 사업에 오점을 남긴 바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이상득 전 의원과 함께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의 리튬 개발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정경유착에 따른 사업 실패가 드러날 당시인 2014년 3월 포스코 회장직에 올랐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