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실 BPW 동아시아 연맹 의장 “경단녀, 사회 해결 과제인 동시에 자신의 문제”

입력 2016-02-25 13:46수정 2016-02-2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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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인생이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가능한 차별 덜 받는 전문직서 일해야

▲이인실 BPW동아시아지역의장이 23일 서초동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우리나라 남성과 여성의 소득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등. 남성의 임금이 여성보다 36.6%나 많다. OECD 평균 격차(15.3%)의 2배가 넘게 차이난다.

“그래서 저는 여성들에게 가능한 전문직을 가지라고 얘기합니다. 자격증이 있으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비용이 현저히 줄죠. 적어도 당장 같은 분야에서만큼이라도 차별을 덜 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지난해까지 3년간 전문직여성(Business & Professional Women: BPW) 한국 연맹 회장을 지냈고 현재 BPW 동아시아 연맹 의장으로 활동 중인 이인실 청운국제특허법인 대표 변리사가 강조하는 말이다.

변리사가 되기로 한 건 평생 할 수 있고 여성이 덜 차별받는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1985년 국내 여성 3호 변리사가 된 그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10년간 일한 뒤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서 로스쿨도 다녔으며 국내에서 법학박사 학위도 받았다. 지금도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 맡고 있는 역할이 적잖다. 일하는 엄마이자 아내인 그는 어떻게 자신의 성장에 이토록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을까.

“‘무엇이 더 중심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판단했습니다. 일·가정 양분이 아니라 그 시점에서 인생의 목표를 생각할 때 중심이 돼야 할 것 말이죠. 목표를 세우고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리면 밀어붙이는 제 성격을 알기에 남편은 어렵지 않게 동의를 했고 그래서 아이를 봐주시던 할머니와 남편에게 두 딸을 맡기고 유학도 갈 수 있었습니다. 미안하다, 불쌍하다, 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인생이 행복할 때 함께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유학 시절 프랑스 엄마들도 어렵게 일·가정 균형을 찾는 모습을 본 그는 여성들을 위한 활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가졌다. 그렇게 참여하게 된 BPW 한국 연맹에서 활동하며 리더십도 자연스레 익혔다.

BPW 동아시아 연맹에는 우리나라와 대만, 홍콩, 몽골, 일본이 가입돼 있다. 최근에는 20, 30대 몽골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하다고 한다. 지난해 BPW 동아시아 총회를 몽골에서 연 것은 이들에 대한 지원사격이기도 했다. BPW 한국 연맹에서 젊은 전문직 여성이나 여고생을 대상으로 여는 리더십 교육 호응이 좋은 것도 고무적이다.

“어떻게 목표가 늘 분명했느냐고들 궁금해 합니다. 단계마다 자신을 믿었기에 가능했고, 그러한 믿음은 사실 경험과 노력에서 생깁니다. 해보지 않고 불안해만 하면 자신감과 목표는 생길 수 없습니다. 경력단절은 최종적으로는 내가 그만둘 때 생깁니다. 자신의 의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사회 인식의 변화와 제도 개선도 절실히 필요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여성들이 일하고 또 연대해야 합니다.”

“버텨라”라는 표현만으로는 모자란 무엇을 채워주는 듯한 말이다.

이 변리사는 “남성은 대개의 경우 직장을 그만 두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여성은 그만 두겠다는 말을 하는 편이죠. 마음가짐의 문제 아닐까요. 절박하다면 그만 두어버리기보다는 어떻게든 경력을 이어나가려 할 겁니다. 경력을 왠만하면 단절시키지 말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배수의 진을 치면 또 생존법이 생각나게 마련입니다. 내가 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변에서도 흔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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