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꽃중년’ 로엘과 루비족, 소비 트렌드의 중심에서 포미를 외치다

입력 2016-02-1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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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혼자산다'ㆍ영화 '좋아해줘' 뮤직비디오)

# MBC ‘나혼자 산다’에 출연 중인 배우 김용건은 옷을 참 좋아합니다. 드레스 룸에 셔츠와 재킷이 가득하지만 트렌드에 뒤지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쇼핑을 즐기죠. 계절ㆍ색깔별로 깔끔하게 정리된 옷장에서 그의 세련된 감각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40살이나 차이 나는 강남과의 캐나다 투어도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아빠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여행을 즐깁니다. 그는 우리나라 대표 ’로엘족’입니다.

# 영화 ‘좋아해줘’의 여주인공 이미연은 유아인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15살 나이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케미를 선보였죠. 깨끗한 피부와 날씬한 몸매, 싱그러운 미소는 20대 배우들과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그런 이미연을 ‘루비족’이라고 부릅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 부모와 같은 항렬의 남녀를 부르는 말이지만 정작 4060세대는 이 단어를 싫어합니다. 구깃구깃 양복바지, 대충 맨 넥타이, 뽕(?)이 잔뜩 들어간 파마머리는 이 단어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들이죠. 그래서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땐 아저씨보다 사장님이 더 잘 통하고요. 중년 여성에게 아줌마라고 하면 ‘왜 그렇게 부르냐며’ 싸움이 나기도 합니다.

“오빠(누나)라고 불러주오!”

성실하게 번 돈으로 부모 봉양하고, 자식 키우는 게 최고의 미덕인 줄 알았던 4060세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가족보다 ‘나’를 더 중요시합니다. 미래의 안정보다, 현재의 행복을 더 우선시하죠. 몸매관리를 위해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고, 수 십만원짜리 안티에이징(노화방지) 화장품을 사는 걸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로엘족과 루비족은 그런 4060세대의 변화된 소비트렌드를 설명하는 신조어입니다. 먼저 로엘족‘Life of Open-mind, Entertainment and Luxury’의 약자입니다. 외모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에 적극적인 중년 남성을 일컫는 말이죠. 같은 의미의 중년 여성은 ‘Refresh Uncommon Beautiful Young’이 조합된 루비족으로 불립니다. 나를 위한 가치 소비를 즐기는 2030세대 ‘포미족’들이 로엘과 루비가 된 겁니다.

(출처=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유통 시장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으니까요.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50대 이상 고객 비중은 2013년 31.5%에서 지난해 32.1%로 증가했습니다. 40대와 50대 비중도 늘었고요. 신세계백화점 역시 50대 이상 고객 비중이 32.3%에서 34.4%로 높아졌습니다. 반면 두 백화점 모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30대 이하 고객은 줄었습니다.

20대가 온라인 쇼핑몰과 해외 직구로 쇼핑채널을 옮긴 탓도 있지만, 로엘과 루비들이 자신을 위한 ‘투자(쇼핑)’에 적극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같은 소비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롯데백화점은 국내 백화점 패션관에서 비즈니스 캐주얼 남성복 매장 비중이 오는 2018년 75%(현대 57%)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 입는 옷은 있어도, 안 맞는 옷은 없도록’ 하려면 몸매 관리도 필수죠. 신진대사 저하로 젊을 때보다 살이 더 잘 붙는 꽃중년들에겐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옥션에 따르면 전체 다이어트 용품 매출 가운데 중장년층 비중은 4분의 1에 육박합니다. 특히 지난달 50대 이상 고객의 다이어트 보조식품 구매는 38%나 증가했는데요. 전 연령층 평균 신장률(15%)의 두 배 이상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소비의 중심이 되고 있는 로엘과 루비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3040세대 남성들의 원스톱 쇼핑공간을 따로 만들었고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SK-ll’는 루비족들의 로망 김희애와 탕웨이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죠. 건강기능식품 시장 1위인 정관장은 갱년기 여성들을 위한 ‘화애락큐’를 론칭했습니다. 금융사들도 가만있을 순 없죠. 카드사들은 골프와 항공마일리지 적립 서비스를 탑재한 꽃중년 전용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SBS '신사의 품격')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영국의 건축가 존 러스킨의 명언입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나’를 찾고, 나이에서 벗어나 현재의 ‘행복’을 쫓는 로엘과 루비들.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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