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카드업계, ‘미사용 카드회원 자동탈회’ 입장차 첨예

입력 2007-06-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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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약관 명기 놓고 양보 없어 제정 시기 늦춰질 수도

금융감독당국이 1년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회원에 대해 자동 탈회토록 하는 방안을 신용카드 표준약관에 명기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신용카드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카드 회원으로 모집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는데,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탈회시킬 경우 추가로 회원 모집을 위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주장이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모인 신용카드 표준약관 제정 TF에서 미사용 회원의 자동탈회를 표준약관에 명시하는 것에 대한 카드사들이 강력하게 ‘불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당국과 카드업계가 이를 놓고 첨예한 대립의 각을 세우면서 카드 회원 표준약관 제정을 위한 TF도 파행 아닌 파행을 겪고 있다.

양측 모두 이 부문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 완고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표준약관 제정이 당초 예정한 9월에서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권혁세 감독정책1국장은 지난달 22일 “신규회원 가입시 초년도 연회비는 회원에게 반드시 부과토록 하는 것과 함께 1년 이상 무실적 회원에 대한 자동탈회 조치를 취하도록 있도록 약관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 16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제기된 내용을 중심으로 마련한 후속 대책 중 하나다.

금융감독당국은 여신금융협회에 마련된 카드 회원 표준약관 제정 TF에서 이를 반영하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르면 9월에 개별회사 약관에 반영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당국에서 이 같은 조치를 마련한 것은 신용카드사와 은행들의 회원 확대를 위해 펼치고 있는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즉 지나친 경쟁에 따른 피해를 사전에 막고 실제로 사용하는 카드 회원에 대해서만 마케팅 비용이 지출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겠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카드업계의 시각의 전혀 다르다. 카드 회원 한명을 모집하기 위해 3~4만원 정도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는데, 실적이 없다고 무조건 탈회조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유치한 고객들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무실적 회원이라고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무실적 회원으로 남아 있으라는 법은 없다”며 “오랜 기간 실적이 없던 고객도 계속된 고객 접촉으로 유효회원으로 변경되는 사례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드업계에서는 1년 이상 사용하지 않다가 사용에 나서는 고객의 비중이 약 5%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단 확보된 회원들은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도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카드업계 일각에서도 금융감독당국의 이러한 방침에 공감하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한 카드사의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당국에서 제재를 가할 정도로 카드 서비스가 더욱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고객의 기존의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며 “어차피 탈회를 하게 되면 또 다시 회원 유치를 위한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기존 무실적 회원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마케팅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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