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연구소에서 2년 넘게 일해 온 협력업체 직원들이 '현대차 근로자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법원이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청 근로자도 본사의 지휘·감독 아래 2년 이상 일했다면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마용주 부장판사)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소속 협력업체 직원인 박모씨 등 4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현대차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아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각 근로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이들에게 약 4000만원 상당의 배상금을 각각 줘야 한다.
재판부는 “박 씨 등이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차의 작업현장에 파견돼 본사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따르면 사용사업주는 계약을 체결한 지 2년이 지난 이후엔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수시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는 등 업체 직원들에게 지휘‧명령한 것이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박 씨 등이 했던 업무가 하나의 개별적인 생산 공정이 아닌 현대차 전체 도장업무의 일부였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에게 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 계속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했다’는 원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파견근로자법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의무를 부과할 뿐, 법만으로 곧바로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씨 등은 2005~2006년부터 협력업체 소속 직원으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신차 개발 전 파이롯트차(시험용 자동차) 도장공정 업무를 해 왔다. 이들은 자신의 근로자 지위가 도급계약이 아닌 파견계약이라고 주장하며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