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反공매도 셀트리온’ 개미들의 반란, 시기상조일까요?

입력 2016-02-1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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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셀트리온)

‘美 시장 뚫은 램시마’ 서정진 회장, 14년 뚝심 빛났다

오늘(11일) 이투데이 1면 헤드라인입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4월께 시판 허가가 떨어지면 미국서 벌어들이는 돈만 한해 2조원에 달할 거라고 자신합니다. 그야말로 대형 호재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 반응은 냉랭하네요. 오늘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보다 6200원(5.19%) 떨어진 11만3200원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시가총액은 7000억원 가까이 줄었죠. 램시마 예상 연 매출의 3분의 1이 단 몇 시간 만에 증발한 셈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 기관과 외국인 때문입니다. 이날 두 투자주체는 각각 266억원, 34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셀트리온의 미국시장 진출 기대감이 본격화된 지난해 말 주식을 사들인 큰손과 노랑머리라면 30%가 넘는 차익을 남겼겠네요. 두달간 이어진 주가상승에도 꿋꿋하게 주식을 내다 판 공매도 세력이 가장 큰 쾌재를 불렀을 겁니다.

(출처=네이버 금융)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공매도한테는 안 되는구나.” 〈edea****〉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sp1q****〉
“이젠 개미가 개미를 잡아먹고 있다”〈sbja****〉

네이버 금융 ‘셀트리온’ 주식토론방에 올라온 글들입니다. ‘타도 공매도’를 외치며 주식 이관 캠페인에 참여한 개미들의 허탈감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소로스는 가해자, 서정진은 피해자?!…개미들의 공매도 편 가르기’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아직 단생산사(團生散死)가 통하지 않는 한국 주식시장.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믿었던 개미들의 원망은 자연스레 정부를 향합니다. 공매도 보호막을 마련하라는 게 골자입니다.

규제가 없느냐고요?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 의무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지난 2014년 발의된 이 법안은 공매도 포지션(비중)이 0.5%를 넘어설 경우, 공매도 잔고는 물론 투자자 인적사항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매도 공시제’는 2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반대 때문입니다. 공매도는 헤지펀드의 롱숏(long shot) 전략 중 하나인데요. 제도가 시행되면 대부분 종목이 공시 대상이 됩니다. 헤지펀드 운용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셈입니다.

(출처=블룸버그ㆍ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밥그릇’을 지키려는 기관과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외국인, 쟁점법안 싸움에 자본시장개정안은 들여다 보지도 않는 국회. 결국 피해는 개미들의 몫입니다. ‘외국인 놀이터’에 당당히 경고장을 던진 개미들, 아무래도 시기상조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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