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갈라파고스화’로 본 한국경제 방향은… “해외시장ㆍ기업가정신에 답 있다”

입력 2016-02-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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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세계中企학회장 ‘자주협동포럼’서 ‘글로벌화 지원 특별법’ 필요성 역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가 4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26회 중소기업자주협동포럼에 참석해 ‘1995년 일본의 갈라파고스화에서 오늘 우리경제의 답을 찾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잃어버린 20년을 만들게 한 1995년 일본의 ‘갈라파고스(Galapagos)화’가 최근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 특별법’을 추진해서라도 수출을 확대해야 국내 중소기업들이 살 수 있습니다.”

김기찬 세계중소기업학회장(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은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자주협동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서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거듭 강조했다. 과거 일본의 갈라파고스화 사례를 통해 최근 저성장에 접어든 한국경제의 미래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국경제의 쇄국화… 해외시장 꺼리는 中企= 최근 한국경제는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면서 위기 상황에 부닥쳐 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05년 35% 이상을 차지했던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투자 비중은 지난 10년간 지속해서 떨어져 20%를 밑돌고 있다. 해외시장을 꺼리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쇄국화가 고착화하면서 갈라파고스화된 1990년대 일본의 상황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 증가율도 2011년 이후 지속해서 줄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1~2011년 우리나라의 평균 수출 증가율은 12.6%를 기록했지만, 2012~2014년엔 1.5%로 급격히 낮아졌고 지난해 1~6월엔 -5.0%까지 떨어졌다.

김 회장은 이 같은 한국경제의 쇠퇴는 세계 경기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한국경제의 최근 모습은 글로벌 시장 개발 실패, 글로벌 기업가 양성 실패,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며 “미국이 대부분 대학에서 기업가정신센터를 두고 기업가정신교육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소기업들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2014년 진행된 중기중앙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글로벌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현재 상황에 만족한다’(49.2%)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다. “위험에 베팅하고 싶지 않다”는 중소기업들의 모습은 현재 한국경제가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빠져들고 있는 한 사례”라고 김 회장은 지적했다.

◇中企 정책 변화의 필요성… “물고기를 잡기 위한 바다로 데려가라”= 과거 일본처럼 잘 나가다가 갑자기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글로벌화가 중요하다는 게 최근 정부와 중소기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갈라파고스에 빠진 일본 경제에서 성장한 ‘교토식 경영’ 방식에 한국경제가 주목해야 할 이유다.

김 회장은 “교토식 경영의 가장 큰 특징은 잘하는 걸 키워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것”이라며 “과거 10년간 교세라ㆍ롬ㆍ니혼덴산 등 교토식 기업들은 일본의 다른 기업들과 달리 매출액ㆍ영입이익률 등이 높은 수준을 기록해왔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둬왔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진출할 때는 반드시 현지조직을 만들어 관리를 지속해야 한다”며 “이런 모습을 그려나가기 위해 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 특별법은 글로벌화와 관련해 부처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중소기업 수출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중기중앙회가 올해 중점 추진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또한, 김 회장은 최근 뜨고 있는 아세안(ASEAN)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아세안 지역은 최근 전 세계에서 급격히 커지는 시장”이라며 “기업들은 물론, 청년들도 아세안 지역으로 보내 교류를 늘려 문화와 경제권을 이뤄야 향후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변화하는 경제 구조에 따라 국내 중소기업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도성장기였던 1980년에 진행됐던 내수시장 마중물 정책, 즉 ‘물고기를 잡아주는 정책’은 이제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저성장기에 접어든 2015년 이후 한국경제 속 중소기업 정책은 ‘물고기가 있는 바닷가로 데려가 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그래야 중소기업들이 연구ㆍ개발(R&D)에 대한 열정이 생기게 되고 해외에도 투자를 늘리게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젠 중소기업들도 기업가 정신을 살려야 하고, 정책 역시 ‘기업가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며 “일본의 저상장기와 맞물린 갈라파고스화를 교훈으로 삼아 이젠 글로벌 생태계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주영섭 중소기업청장도 깜짝 참석했다. 주 청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한국경제 상당히 어려워 지금 상황이 역대 최고 위기 상황이 아닌가 싶다”며 “원인은 글로벌 경쟁력인데,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인해 이제는 안방에서 문 열어놓고 해외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 가져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우리나라의 숙명적 과제이자 유일한 한국경제의 해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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