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군인에게는 전자발찌 부착 면제?

입력 2016-02-0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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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길 사회경제부 기자

몇 년 전 한 성범죄자에 대한 사건을 취재한 적이 있다. 피고인은 엘리베이터에서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젊은 남성이었는데, 1심은 형을 선고하면서 전자발찌 부착명령도 함께 내렸다.

문제는 이 피고인이 항소한 뒤 군입대를 하면서 생겼다. 2심 재판에서 군사법원은 똑같이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내렸지만, 2012년 대법원은 "군인에게는 보호관찰 명령을 내릴 수 없다"며 이 명령이 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보호관찰을 전제로한다. 이상했다. 같은 범죄자의 행위에 대한 사법기관의 평가가 그대로인데, 신분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전자발찌 부착 여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관련 규정을 찾아보니 '군인에게는 보호관찰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현행법이 문제였다. 일반인과 달리 사회로부터 이미 격리돼 있고, 군 특성상 지휘관의 징계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돼 마련된 규정이다.

취재결과 그동안 군사법원에서는 필요 이상 긴 보호관찰 명령을 내리는 방법으로 입법상 문제를 보완해 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군사법원이 일단 보호관찰 명령을 내리면,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 군인이 신분을 상실하면 그 때 법무부에서 전자발찌를 채우고 있었다. 예를 들어 갓 입대한 군인에게 필요한 전자발찌 부착 기간이 1년이라면, 3년짜리 명령을 내리고 해당 범죄자가 2년 뒤 전역해 민간인 신분이 되면 전자발찌를 채우는 식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로 2012년 이후 군인에게는 보안처분 명령 자체를 내릴 수 없게 됐다.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군 당국과 법무부가 일종의 자구책으로 이어오던 관행을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된 셈이다. 전자발찌 부착 자체에 관해 실효성이나 정당성 논란도 있다. 하지만 군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일반인과 다른 취급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을까. 문제가 드러난 이후에도 국회는 수년 간 이 규정을 방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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