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전제작 드라마 봇물, 마냥 기뻐할 일 아니다

입력 2016-02-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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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린 문화팀 기자

박해진의 ‘치즈인더트랩’, 이영애의 ‘사임당 더 히스토리’, 송혜교의 ‘태양의 후예’, 김우빈의 ‘함부로 애틋하게’.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모두 한류 스타가 출연하며 사전 제작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쪽대본을 남발하는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지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러나 변하지 않던 제작 관행이 최근 들어 바뀐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올해부터 중국 정부의 규제에 따라 드라마는 중국 정부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방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미니시리즈 한 편당 평균 제작비는 2억 원에서 해외 로케이션 등이 포함되면 최고 10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 제작비 회수를 위해 국내 드라마 제작진은 중국 시장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이미 ‘태양의 후예’는 촬영이 끝나기 전 중국의 한 동영상 사이트와 판권 계약을 하면서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확보했으며, ‘사임당 더 히스토리’ 제작사는 홍콩 기업 엠퍼러그룹으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 협약을 체결하면서 제작비를 마련했다.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중국 시장이 필수가 되면서 사전 제작 드라마에는 주로 한류 스타들이 캐스팅된다. 이 때문에 소규모 소속사나 일반 배우들에게서는 “사전 제작 드라마 때문에 한류 스타들만 일이 넘쳐나고 다른 배우들은 쫄쫄 굶게 생겼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자본이 국내 드라마 제작사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투자하면서 국내 드라마 제작 방향이 중국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과거와 비교해 까다롭게 한국 드라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는 중국에서 향후 자국의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또 다른 규제를 만들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전 제작을 통해 배우와 제작진이 좋은 환경에서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은 환영한다. 하지만 위험에 대한 대비나 문제점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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