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그린스펀'이었다.
중국 증시 급락을 경고한 그의 말 한마디에 중국은 물론 미국과 아시아증시 모두가 발목을 잡혔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23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경제컨퍼런스에서 위성 화상회의로 "최근 중국증시의 랠리는 지속될 수 없으며, 어느 순간에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시장이 부처님오신날 휴일로 쉰 사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24일 22.58포인트(0.54%) 떨어졌고 일본과 대만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그린스펀의 발언과 중국증시 조정 소식이 전해진 뒤 미국 증시도 하락했다.
증시전문가들의 중국증시의 약세가 지속된다면 국내증시에도 조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정을 기다렸던 투자자들에게는 그린스펀발 조정이 온다면, 시장진입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나친 저점 매수보다는 중국증시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분할 매수 수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중국시장의 조정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시장의 중장기적인 전망이 긍정적이다 보니 조정을 시장진입에 기회로 삼기 위함"이라며 "그러나 저점에 매수하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추세에 순응하면서 분할 매수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한 장세대응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세 지속 여부도 관심이다. 외국인은 지난 22일에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인 466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고 23일에도 833억원을 매수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민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중국시장의 긴축정책과 조정가능성에 대비해 이머징마켓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격부담이 덜한 국내시장의 비중을 확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다음은 25일 국내 증권사들의 시황분석 요약이다.
▲부국증권 임정현
-1600선 위에서의 오버슈팅이 얼마나 더 높게 그리고 얼마나 더 길게 이뤄질지는 오직 신(God)만이 아실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조정의 신호만큼은 미국발(發)보다는 중국발(發)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2006년 0.26에서 2007년 무려 0.95로 크게 제고된 중국증시와의 높은 상관관계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중국증시의 개장 시간부터 좀 더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2분기 실적호전이 예상되는 업종가운데 가격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 증권, 건설, 제약, 섬유의복, 자동차 및 부품 등에 대한 점진적 매수를 노려볼 만한 때라 생각된다.
▲한국투자증권 소민재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과열 경고에 따른 중국 증시의 약세도 국, 내외 자금의 한국 증시 선호도를 높이며 소외주 반등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중국 증시의 약세는 당장 한국 증시에 조정을 불러올 수 있는 악재이다. 그러나 조정 이후를 본다면 해외 증시의 수익률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낮추어 국내 간접투자자금의 해외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중국의 은행주에서 한국의 은행주로 이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중국 본토 증시가 자국의 개인들을 중심으로 급등해왔다는 점과 국내 경기가 회복 국면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다가올 조정은 소외주 반등을 염두에 둔 저가매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글로벌 시장과의 동조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 한 우리 시장 역시 당분간 양호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볼 때 최근 시장이 이렇다 할 조정 없이 가파르게 올라 오버슈팅 국면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여 주가가 상승할수록 한편으로는 조정의 압력도 점차 커지고 있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국내 투자가들이 중국시장의 조정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증권시장의 조정의 빌미를 찾기 위해서다. 중장기적인 전망이 긍정적이다 보니 조정을 시장진입에 기회로 삼기 위함일 것이다. 현재 조정을 기다리는 것은 지수 또는 매수하고픈 종목을 저점에 매매하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저점에 매수하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추세에 순응하면서 분할 매수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한 장세대응으로 보여진다. 지수가 하락한다고 모든 종목이 하락하는 것이 아닐 것이며, 업종간 선순환 과정이 진행되는 한 지수의 안정성도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