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감산 움직임 빨라진다...국제유가 반등 모멘텀인가

입력 2016-01-3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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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12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러시아 등 비회원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반등 신호가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산유국들의 감산 움직임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러시아 알렉산더 노박 에너지부 장관이 OPEC과의 협력에 대해 “협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노박 장관은 사우디로부터 5% 감산 제안이 있었다며 OPEC이 2월 중 비회원국과의 회의를 열면 참여할 의향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원유 시장에서는 국제 지표인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한때 배럴당 35달러 대로 3주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사우디와 러시아는 모두 하루 10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 양국이 공조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만일 양국이 5%의 감산을 실시하면 총 100만 배럴의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로 향후 6개월에서 1년간 계획된 이란의 증산 규모와 맞먹는다.

또한 이란이 아닌 OPEC 회원국도 감산에 나서면 하루 200만 배럴 정도를 줄일 수 있어 150만~200만 배럴로 보이는 현재의 공급 과잉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비회원국에서도 이미 오만 등이 감산 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씨티그룹의 로널드 폴스미스 애널리스트는 “감산에 협조한 경우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OPEC이 유가 조정을 위해 긴급 임시 총회를 연 건 2008년 금융 위기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해 12월 총회에서는 이라크를 제외한 11개 회원국이 42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이 영향으로 배럴당 30달러 대까지 하락한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후 6개월 만에 70달러 대까지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에는 원유 선물을 공매하는 투기 세력이 끼어 있는 만큼 감산하면 효과는 당시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긴급 임시 회동이 열린다 해도 회원국과 비회원국간 협조가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과거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제솝 상품 조사 책임자는 “비회원국과의 논의가 과거에 열매를 맺은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이란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있는 만큼 감산으로 점유율을 이란에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또한 산유국들이 감산에 나서더라도 국제유가의 대폭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유가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북미의 셰일오일 생산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이기 때문.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올해 이후 OPEC의 증산에 대응해 감소할 전망이지만, 상황에 따라 비교적 단기간에 생산을 늘릴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결국 국제유가는 OPEC 산유국과 미국 간의 점유율 싸움이 관건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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