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와 저유가, 계속 성장 발목…고용·주택시장 호조 앞세운 회복 가능성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가 소비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부진했던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신흥국 둔화와 유가 하락의 여파로 수출과 설비 투자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서 성장률은 전 분기의 2.0%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 경제는 개인 소비를 중심으로 중기적으로는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지만 금융 시장이 주시하는 추가 금리 인상 논의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작년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는 0.9%였다. 작년 연간 GDP는 전년 대비 2.4% 증가, 전년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했다.
미 경제가 둔화한 요인은 수출과 설비 투자 부진이다. 신흥국의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수출은 전 분기 대비 연율 2.5% 감소로 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저유가로 에너지 관련 투자가 크게 줄어 민간 설비 투자도 1.8% 감소해 2012년 7~9월 이후 약 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업이 앞날의 불안때문에 재고 압축을 서두른 것도 성장이 둔화된 원인이다. 각 부문의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재고 조정에 의한 성장률 하향 효과는 0.45%였다.
가계 부문도 부진은 마찬가지다. 개인 소비는 2.2% 증가에 그쳐 전분기(3.0% 증가)를 밑돌았다. 온화한 겨울 날씨로 의류 매출이 둔화하고, 자동차·가전 등 오랫동안 사용하는 내구재 소비도 둔화했다. 주택 투자는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8.1% 증가, 호조를 유지했다.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둔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3월 중순에 금융 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앞서 지난 26~17일 1월 회의에서는 금리 인상을 보류했지만 지난해 12월 9년 반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연준은 연 4회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에 3월에 다시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주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세계적인 주가 하락과 미국 성장 둔화로 3월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 채권 선물 시장에 반영된 3월 금리 인상 확률은 10% 대까지 떨어졌다. 미국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와 원유 하락세로 이어지기 쉽고, 수출과 설비 투자의 추가적인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 등 신흥국이 둔화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까지 허덕이면 세계적으로 수요 감소와 디플레이션 압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미국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급격한 경기 침체에서 빠져나와 2009년 여름부터 6년 반이라는 장기 확대 국면에 들어서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 순환적인 맥락에서의 일시적인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2.6%로 전망, 순조로운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미국은 실업률이 5.0%까지 하락하는 등 고용이 완전에 가까워 개인 소비 등의 침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몸을 움츠리면 고용과 임금 조정 압력으로 인해 내수에 제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흥국의 둔화와 저유가, 달러 강세 등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압력을 얼마나 빨리 없앨 것인지가 향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