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 가모장 캐릭터로 단숨에 대세가 되다!
남자 예능인 득세 속에 단연 눈길을 끄는 여자 예능인이 있다. 남자 예능인과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캐릭터로 승부하며 시청자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고 관심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여자 예능인 김숙(41)이다.
그동안 40대 여자 예능인 하면 뒷자리로 물러나는 것이 우리 방송예능계의 풍경이었다. 그 고착화한 모습에 모반을 꾀하며 김숙이 시청자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인기 상승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캐릭터 신드롬까지 일으키고 있다.
김숙 대세화의 진원지는 바로 윤정수와 함께 가상부부로 출연하는 JTBC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이다. 김숙은 ‘님과 함께’에서 이전의 많은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가상 부부 캐릭터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성격과 모습의 캐릭터로 단번에 인기를 끌었다. 이전의 가상 부부 캐릭터는 현실 속 부부의 모습의 아류였다. 가부장적 남자와 예쁘고 부드러운 여자 커플이 주류를 이뤘다. 간혹 ‘우리 결혼했어요’의 서인영처럼 기가 센 여자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주로 순종적인 여성 캐릭터는 주류였다.
하지만 ‘님과 함께’에서 김숙은 부부관계에 있어 완벽하게 주도권을 잡고 가정을 책임지는 가모장(家母長)캐릭터로 나섰다. 김숙은 MBC ‘라디오 스타’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남자는 집에서 조신하게 살림을 해야한다. 그깟 돈이야 내가 벌면 되지” “남편이 웃고 있어야 집에 들어올 맛이 있지” “남자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패가망신 한다”같은 발언을 거침없이 해 ‘님과 함께’에서 보였던 가모장적 성격을 더욱 확장시키며 관심을 폭발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여전사처럼 강력하다는 ‘퓨리오숙’이라는 별칭이 생겼다.
김숙이 창출한 가모장 캐릭터는 경제상황과 사회구조의 변화로 전통적인 가족구성원의 역할 변화와 맞물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여성들에게는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 역할을 하며 ‘숙크러쉬’로 자리 잡았다. 남자 시청자들은 ‘가모장’ 김숙에게서 가장으로서 책임감 등 전통적인 남성상의 부담감을 벗어나게 해주는 동시에 전통적인 남성성을 무력화시키는 기제의 성격을 발견하며 웃음 짓는다.
김숙은 “제 실제 모습이 그래요. 남자가 돈 못 벌면 내가 벌면 되는 것 아닌가요. 가모장 캐릭터와 제 실제 성격이 많이 비슷해요. 그래서 ‘님과 함께’에서 따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연기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일상 생활한다는 느낌입니다”고 말했다.
가모장 캐릭터는 이제 예능 프로그램 나아가 대중문화의 하나의 키워드가 돼 중견 예능인 김숙의 화려한 비상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숙은 지난 1995년 KBS 12기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지만 7년여 긴 시간 이름 없는 무명이었다. 2002년 KBS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에서 이장 딸로 나와 비로소 김숙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했다. 눈길끄는 머리모양을 하고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막무가내로 “니, 내한테 반했나”라며 입술을 들이대는 따귀소녀로 나와 오랜 무명 생활을 마감했다. 그리고 이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난다 김 캐릭터로 “4천만 땡겨줘”라는 유행어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대중의 환호는 여기까지였다. 이후 ‘무한도전’ 여성판 ‘무한걸스’, ‘인간의 조건’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했고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나 패널로 나섰으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채 10여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님과 함께’에 출연하며 김숙의 시대를 열고 있다.
김숙의 가모장 캐릭터를 비롯한 그의 웃음의 무기는 그녀의 실제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생활밀착형 캐릭터와 사람냄새 나는 친근감이다. 일견 가모장 캐릭터가 비현실적이게 보일지라도 김숙이 소화하면 그럴듯하게 아니 현실적으로 느껴지며 웃음 짓게 되는 것이다.
남자 예능인의 득세 속에 남녀 시청자의 열렬한 환호를 바탕으로 대세로 떠오른 21년차 여자 예능인 김숙이 캐릭터의 진화와 예능 스펙트럼의 확장을 주도하며 여성 예능인 부활의 선봉장 역할을 했으면 한다. 갓숙의 시대가 오래 지속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