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덮치는 리세션 그림자...산업생산·기업실적 악화에 증시 혼란까지

입력 2016-01-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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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에 리세션(경기 침체) 조짐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생산과 기업실적 악화, 주식시장 급락 등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리세션 조짐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산업생산은 지난 12개월 중 10개월이 감소했고, 현재는 2014년 12월 기록한 최고치를 2% 가까이 밑돌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기업 순익은 2014년 여름 정점을 찍고, 지난 7~9월 시점에는 정점에서 약 5% 감소했다. 주가는 올해 들어 크게 하락, 다우지수는 지난 주말엔 반등했지만 연초 대비 7.6% 하락한 상태다.

도이체방크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셉 라보냐는 “미국 경제는 6기통 엔진을 탑재한 차량과 같은 상태로 실린더가 점점 망가져가고 있다”며 현재 미국 경제를 비관했다.

WSJ는 이처럼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세계 대부분이 저성장과 성장 둔화에 시달리고 있단 점을 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16년 유로존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1.7%, 일본을 1%로 각각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경제의 축을 인프라 투자에서 내수로 전환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고, 경제 성장도 올해는 더욱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WSJ는 리세션 조짐 중에서도 미국의 산업생산 감소를 특히 심각한 문제로 지목했다. 리세션 전에는 일반적으로 광산 및 공장의 생산이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의 토머스 코스터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은 경기 순환에 따른 체감 경기의 지표가 되는 경향이 있다”며 “제조업은 현재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제조업 부진은 산업생산 감소가 문제됐던 과거와 달리 석유 업계의 실적 악화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 제조업 생산은 최근 몇 달간 거의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산업생산은 10% 가량 감소했고, 그 중 62%는 유정 및 가스 유정 시추 감소에 따른 것이었다. 기업 실적도 에너지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투자 리서치에 따르면 S&P500지수 구성 기업의 이익률은 에너지 기업을 제외하면 최근 1년간 거의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엑손모빌과 셰브론, 발레로에너지 등 에너지 대기업을 포함한 미국 기업의 이익은 축소하는 경향에 있다.

WSJ는 침체가 정유업계 뿐이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으나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불안을 느끼지 않던 소비자들도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세션에 진입하면 소비심리 악화로 지출이 줄어 기업 이익 감소나 해고가 광범위하게 확대할 수 있다.

WSJ는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미국 경제를 낙관할 수 있는 게 고용지표라고 전했다. 지난 50년간 리세션 기간에는 고용자 수가 적어도 1% 감소했는데, 현재 미국의 고용자 수는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1년간 270만명 증가했다. 많은 이코노미스트가 미국이 리세션을 피할 수 있다는 확신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판테온 매크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안 셰퍼드슨은 높은 저축·저소비 독일 경제를 인용하면서 “미국들이 현재 상황에 겁을 먹고 독일인처럼 쇼핑을 그만두게 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리세션 진입 여부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경기순환위원회가 판단한다. 이 위원회는 국내총생산(GDP), 소득, 고용, 인플레이션 조정 후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을 조사해 경제 활동이 축소하기 시작한 정확한 시기를 특정한다. 경제지표가 수정된 전환점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발표한다. 경제가 불안정해지면 이 위원회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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