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대표 최대주주ㆍ이사회 멤버로만 남아
스타트업 기업은 많은 이들이 빠지게 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기술 개발 후 사업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게 되는 단계)’을 통과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창업자 그룹이 계속 경영을 맡을 것인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 기다린다.
여기서 많은 창업자들은 회사를 새 주인에게 넘기고, 이른바 엑시트(exit: 지분정리를 통한 차익실현)를 하고 그 자금으로 새 사업에 나선다. 일론 머스크도 페이팔 매각 대금을 기반삼아 테슬라를 만들었다. 실리콘밸리에선 비일비재하다.
반면 창업자가 자신이 세운 회사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큰 나머지 전문 경영인이 필요한 순간에도 떠나지 못해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결국 회사가 위험에 처하게 되면 창업자는 투자사나 이사회 요구에 따라 쫓겨나듯 회사를 떠난다. 회사가 잘 나갈 때 창업자가 떠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모바일 조사 전문 기업 오픈서베이의 창업자 김동호 대표는 그러나 ‘회사가 잘 나갈 때’ 경영을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1년 24세의 나이로 창업한 김동호 대표는 5주년이 되는 지금이 그 때라고 판단했다. 오픈서베이는 25일 황희영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한다. 김 대표는 오픈서베이의 주주인 채로 이사회 멤버로만 남기로 했다.
김 대표는 “지분을 정리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다만 창업자 그룹은 기업의 도약이 필요할 때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고민을마치고 우리나라 벤처 1세대 중 한 사람으로 현재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허진호 트랜스링크캐피탈 코리아 대표와 얘기하던 중 공감을 얻어 힘이 됐다고 한다. 허진호 대표는 한국 최초의 인터넷 회사 아이네트를 세웠고 이후 과감하게 자신이 세운 회사를 떠나 몇 차례 재창업한 경험을 갖고 있다. 허 대표는 기업은 영속성을 갖고 있지만 창업자 자신의 회사라 생각하면 성장할 수 없고, 이 때 창업자가 물러나고 전문적인 관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김 대표는 “황희영 새 대표는 리서치뿐만 아니라 사업 전략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로서, 오픈서베이 제2의 도약을 이끌 적임자라는 데 모든 관계자의 지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황희영 대표는 포항공과대학교를 졸업하고 모니터그룹과 한국 피자헛을 거치며 컨설팅과 마케팅 경력을 쌓았고, 맥킨지에서 마케팅 익스퍼트로서 수많은 소비자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오픈서베이에 입사해서는 제품 이사(CPO)를 거쳐 전략 담당 부사장(CSO)으로 재직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