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일본 ‘잃어버린 10년’이 원샷법 미뤘기 때문이라고요?!

입력 2016-01-2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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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경남기업, 대우조선해양, 동부건설, 동아원, 성동조선,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이들 기업의 공통점 눈치채셨습니까? ‘좀비기업’입니다. 정부나 은행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한계 상황에 봉착한 기업들이죠.

좀비기업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자보상배율로 따집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이 한 해 동안 번 돈(영업이익)이 그해에 갚아야 할 이자(이자비용)보다 얼마나 많은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영업이익/이자비용=이자보상배율’이죠.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다는 건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를 감당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5 이상이면 빚 갚을 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요. 1 미만이면 잠재적 부실이 있다고 여깁니다. 좀비기업은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이 3년 이상 계속될 때입니다.

우리나라엔 좀비기업이 참 많습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2698개였던 좀비기업이 지난해 3295개로 늘었습니다. ‘부자는 망해도 3대(代)가 간다’는 말과 달리 대기업들이 수두룩합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조사를 해봤는데요.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10%가량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 수는 점점 늘고 있고요.

좀비기업이 문제되는 이유는 ‘금리’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미국은 9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했습니다. 제로금리 시대가 마감된 겁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금리인상 계획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달러강세 흐름 속에서 ‘나홀로 동결’을 이어가긴 힘듭니다.

(출처=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금리가 오르면 이자조차 못 갚는 부실기업은 물론, 돈을 빌려준 금융권까지 치명타를 입게 됩니다. 한계기업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는 136조원으로 추산됩니다. 은행이 가장 많은 105조원을 빌려줬고요. 보험(11조원)과 증권ㆍ자산운용(8조원)도 수 조원의 돈이 묶여 있습니다.

도미노 부도와 금융시스템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자 마련된 것이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이른바 ‘원샷법’입니다.

‘원샷법’은 기업의 사업 재편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동안은 사업을 재편하려 해도 각종 규제와 세금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다고 해서 ‘원샷’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동안 적용 범위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이 팽팽했는데요. 오늘(22일) 더불어민주당이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수용하면서 법안통과에 파란불이 켜졌습니다.

원샷법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가늠이 안 된다고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학계에서는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이유가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일본 상업은행들은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이 꺼지자 정상기업 여신을 줄이고 부실기업 대출을 연장했습니다. 이자도 면제해줬고요. 어떻게든 살려내겠다는 의지에서였죠.

하지만 은행들 생각과 달리 좀비기업은 점점 늘었습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4%에 불과했는데요. 불과 10년도 채 안 돼 그 비중이 15%까지 확대됐습니다. 좀비기업 퇴출이 지연되면서 정상기업의 영업환경은 악화됐고요. 고용과 투자도 줄었습니다.경제 활력도 역시 급격히 떨어졌죠.

이에 일본 정부는 1999년 ‘산업활력재생특별 조치법(산활법)’을 도입했습니다. ‘원샷법’의 모태가 되는 법입니다. 원래는 한시법이었지만 두 번의 개정을 거쳐 지난해 아베 내각은 부실기업뿐만 아니라 도요타와 소니, 산요 등 대기업들까지 적용되는 ‘산업경쟁력 강화법’을 마련했습니다.

이 법을 통해 닛산은 52개사를 분할했고, 그 결과 생산성 지표 중 하나인 유형자산회전율(매출액/유형자산)이 125%로 개선됐습니다. 소니가 PC사업 부분을 매각하고,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가 힘을 합쳐 ‘미쓰비시 히타치 파워시스템’을 설립한 것도 이 법 덕입니다.

(출처=한국투자증권)

“구조조정은 튼튼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영원한 조건이다.”

‘샐러리맨의 신화’ 오아키 마사나오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조건 55가지’란 책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한계기업을 골라내고, 그에 맞게 사회적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은 경제발전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좀비’로 몰리기 전에 부실사업을 털어 내 건전성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원샷법’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 회사도 좀비기업 되는거 아니야?”하며 밤잠 설치는 직원과 주주들, 이제 한숨 돌려도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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