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 아태지역 상임고문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12일 서울 소공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EY한영 ‘2016년 경제전망 및 저성장시대, 기업들의 활로 모색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총재는 “현재 산업구조나 경제운용 방식이 한계에 다다른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구조조정의 고통을 나부터 겪을 수 없어서 일단 세계 경제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막연히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우선 정부가 산업정책을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산업정책이 좀비 기업을 만들고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그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무슨 산업을 영위하느냐가 아니라 기업 단위로 경쟁력을 평가해야 하며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도 통상기업부로 바꿔야 한다”고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했다.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눠주는 특권을 둘러싸고 기업들이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상황을 지적했다. 특히 대기업들에게는 더이상 한국 경제의 성장이 대기업들에 의해 지탱되는 것이 아니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임시변통 전략이 아닌 장기적이고 진지한 미래 계획이 필요하다며 5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인터넷과 IT 등 고객 공유기반 기술 발전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경쟁자에 대비 △동일노동ㆍ동일임금ㆍ생산성 기여도로 설명이 가능한 임금격차 구조로 정비 △현실을 반영한 경영지표를 확보 △부채 구조를 적극 관리 및 플랜B 마련 △기업 시스템 전면 재점검과 기업 내 관료주의 철폐 등이다.
한편 최근 중국의 성장 속도 둔화와 관련해 이 전 총재는 “시진핑의 호랑이 사냥은 과거 정적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부패한 기업인과 관료를 정리하는 과정”이라며 “청소 작업이 끝난 후 중국은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시장규율이 적용되는 경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속 한국의 입지에 대해서는 중국 경제에 사실상 엮여 있고 미국과 일본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 다른 곳으로 피할 수 없는 위치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은 단독으로 금리 인상을 결정해도 될 만큼 실물경제가 회복세를 띠고 있고,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를 통해 적어도 일본 내에서는 경제 재생 계기를 마련해 국내 상황과 다르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 전 총재는 “한국의 의존도가 더 높은 상황에서 미래 불확실성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흡수하고 남을 만큼 경제 체질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경제를 담보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끝으로 그는 “영원한 중진국이란 없다”며 “이제는 선진국 진입 아니면 후진국 전락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2016년을 패러다임 변화의 원년으로 삼아 지배구조에서 행동양식까지 새로운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