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백약이 무효…공급 과잉 우려에 지정학적 리스크도 안 통해

국제유가 하락세가 갈수록 가파라지고 있다.

중동과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가 유가 하락에 기름을 붓고 있다.

6일(현지시간)에도 국제유가를 좌우하는 대표 유종인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와 영국 북해에서 생산되는 브렌트유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00달러(5.6%) 떨어진 배럴당 33.97달러로 34달러 선이 무너진 채 장을 마쳤다. 이는 2008년 12월 19일 이후 최저치다. 장중 한때 WTI는 2009년 2월 12일 이후 최저치인 33.77달러까지 떨어지는 장면도 있었다.

브렌트유의 낙폭은 더 컸다.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2.18달러(6.0%) 내린 배럴당 34.24달러로 2004년 6월 이후 약 12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중동의 양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일촉즉발의 긴장에 이어 5일 북한의 핵 실험 도발로 국제 사회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도 공급 과잉 문제가 유가를 계속해서 짓누르고 있다.

이날 유가 폭락 역시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인 미국에서 휘발유와 원유의 공급 과잉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탓이었다. 이날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주간 미국 석유 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준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509만 배럴이나 감소했다. 30만 배럴가량 늘었을 것이라던 시장의 예측과는 정반대였다. 그러나 주간 휘발유 재고량은 1993년 5월 이후 최대인 1058만 배럴이나 늘었다.

원유 재고는 줄었지만 휘발유와 난방유 재고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늘었다는 소식에 미국 내 원유 수급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매도세가 급격히 유입됐다.

여기다 중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중국의 원유 수요가 저조하다는 관측도 부담이 됐다.

에너지 투자 전문 헤지펀드인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휘발유 재고가 놀라운 수준으로 쌓이고 있어 시장을 급락시킬 것”이라며 “휘발유 재고 일색이다. 원유 재고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벅찬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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