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 포기... 두산DST도 매각 어려워
국내 방위산업업체의 재편을 두고 투자은행(IB)업계가 내놓은 평가다. 한화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KAI의 지분 10.0%를 보유했던 한화테크윈은 미매각 관측까지 감수하며 보유지분 5.01%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했다. 이마저도 다 팔지 못하고 3.8%의 매각에만 성공했다. 한화그룹이 KAI의 인수를 포기한 것이다.
KAI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 26.75% 보유)의 지분 매각도 장기간 성사되지 못할 공산은 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KAI의 지분 가치가 크게 올라간 점과 지분을 조각조각 매입해야 하는 기회비용 때문에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KAI의 5일 기준 주가는 7만7100원으로 1년 전의 3만9800원에 비해 93.7% 뛰었다. 1년 전에는 4000억원이면 지분 10.0%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7500억원 이상으로 매입가격이 늘어났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한 가격이다. KAI 대주주 간의 지분 공동매각 약정은 지난해 종료됐지만 가격이 올라가면서 시장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산그룹이 매각을 추진 중인 화력제조 업체인 두산DST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두산DST의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던 LIG넥스원도 이 회사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두산DST 인수에 참여할 것이란 시장의 관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인수보다는 내부성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전투기 부품 등을 생산하는 항공유도업체로 두산DST와는 사업 분야가 다르다.
두산DST의 전략적투자자(SI)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 회사의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업계에서는 두산DST도 KAI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매각이 성사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위산업 기업의 매각이 흥행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의 정체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체의 가동률은 2013년 기준 58.0%로 2009년 61.8%를 정점으로 지속 줄고 있다. 방위산업의 2013년 가동률은 제조업 평균인 76.2%에 비해 18.2%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이익도 줄고 있다. 국내 방위산업 업체의 방산부문 영업이익은 2013년 2435억원으로 2012년 4229억원과 견줘 42.4% 감소했다.
방위산업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국방예산만 바라보는 천수답 구조 속에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별 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