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월 4일 斷腸之哀(단장지애)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슬픔

입력 2016-01-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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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원숭이는 가족애 모성애가 강하다. 가족을 잃은 원숭이의 울음소리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우리는 매우 슬플 때 단장(斷腸), 즉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단장의 미아리고개’라는 유행가도 있다. 근심과 슬픔으로 넋이 빠지고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상태를 소혼단장(消魂斷腸)이라고 한다.

단장의 출처는 남송(南宋)시대 유의경(劉義慶)이 지은 세설신어(世說新語)의 출면(黜免)편이다. 黜은 물러남, 몰아냄, 免은 파면을 말하니 벼슬자리에서 쫓겨나거나 비방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부분이다.

동진(東晋)의 환온(桓溫)이 촉(蜀) 땅으로 공격해 들어가 삼협(三峽)에 이르렀을 때 원숭이 새끼를 잡은 병사가 있었다. 그 어미가 강 언덕으로 100여 리를 따라오며 슬피 울다가 마침내 배에 뛰어오르더니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배 속을 가르고 보니 창자가 모두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破視其腹中 腸皆寸寸斷] 환온은 격노하여 그 사람을 파면하라고 명했다. 오늘날의 싼샤댐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마치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같다’고 하여 단장지애(斷腸之哀)라고 한다. 어미 원숭이의 창자가 끊어졌다는 뜻에서 모원단장(母猿斷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문학에는 원숭이 울음소리[猿嘯]가 많이 등장한다. 특히 가을의 슬픈 정조를 형용할 때 많이 쓰인다. 고교 교과서에 두시언해 가운데 하나로 실렸던 두보의 ‘등고(登高)’ 중 한 대목. “바람이 빠르며 하늘이 높고 원숭이 휘파람이 슬프니/물가가 맑고 모래 흰 곳에 새가 돌아오는구나.”[風急天高猿嘯哀 渚淸沙白鳥飛廻] 이백의 ‘조발백제성(早發白帝城)’ 마지막 2행은 이렇게 돼 있다. “양쪽 언덕 처절한 원숭이 울음 이어지고/날쌘 배는 어느덧 첩첩산중 만산을 지나네”[兩岸猿聲啼不住 輕舟已過萬重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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