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격에 맞게 해양동물 복지 생각할 때

입력 2016-01-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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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소설 ‘백경’에서 돌고래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원들에게 큰 즐거움이며 상서로운 기운을 가져다주는 징조로 여겨졌다.

동해에서 수천마리의 역동적인 참돌고래 떼에 둘러싸이거나, 서해에서 수줍은 듯 사람을 피하는 상괭이 떼를 보면 즐겁고 경이로운 느낌마저 든다.

태산이, 복순이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인근에서 100여 마리가 다른 지역의 고래들과 떨어져 집단 서식하고 있다. 이렇게 지리적, 생태적으로 외부와 단절되고 개체수가 적은 집단은 작은 충격에도 절멸될 가능성이 높다.

해양수산부는 남방큰돌고래 등 개체수가 줄어들어 보호할 가치가 높은 52종을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우리들에게 친근한 물개(동해), 점박이 물범(서해), 바다거북(남해), 남방큰돌고래(제주) 등 지역별 대표 생물을 지정해 보전 및 증식을 꾀하고 있다.

작년엔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의 방류를 비롯해 상괭이 ‘오월이’, 푸른바다거북 3마리를 방류했다. 올해에는 제주에서 치료 중인 점박이 물범 ‘복돌이’를 7~8월에 방류할 계획이다.

해양동물의 방류는 인간과 동물의 건강한 공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해양생물 관리 정책에 있어서 ‘동물복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는 해양포유류의 사망과 심각한 부상을 야기하는 상업적 어획 기술에 의해 포획된 수산물 및 수산가공품의 수입을 금지하기 위한 미 연방규정 개정안이 올해에 발효될 전망이어서 해양동물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바닷가에는 그물에 걸리거나 바위에 좌초되어 구조의 손길이 필요한 해양동물들이 많다. 해양동물을 구조해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서는 긴급한 구조, 적절한 치료, 적정한 시기에 방류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지속적으로 구조체계를 정비하고 구조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직도 일반 국민들은 보호대상 해양생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이들의 보전과 관리를 위해 예전부터 국·공립연구기관, 동물원, 민간 아쿠아리움 등이 참여하는 ‘민·관·학 종합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또 본래의 서식지에서 살 수 없어 인간의 도움이 필요한 해양생물을 서식지 외에서 키우는 서식지외 보전기관을 전국 9군데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시스템은 자연에서 생활하던 해양생물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과정이다.

최근 들어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위기에 처한 해양동물에 대한 관리 필요성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방류 당시 우려했던 것과 달리 자연 속에서 잘 적응하는 태산이와 복순이를 보면 뿌듯한 생각이 든다.

인간이 해양생물과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한정된 공간이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의 만남이 아니라 자연에서의 우연한 만남이다. 생명의 존엄을 일깨우고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온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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