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26년 전 김성균이 찍은 삼성전자 vs 한미사이언스 vs 아모레G, 수익률 1위는 어디?

입력 2015-12-3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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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N '응답하라 1988')

# ‘응답하라 1988’ 16화, 성균 병실에 모인 성동일, 김성균, 최무성

성균 : 우리도 주식을 좀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성 대리님. 주식을 살까요? 말까요?
무성 : 안 그래도 여쭤보려고 했는데. 이번에 저도 투자라는 걸 해볼까…. 주식 그 괜찮을까요? 거 무서워서.
성균 : 괜찮죠~그럼! 내 친구가 딱 3개 찍어 주더라고요. 20~30년 묵카두면 아들 호텔에서 결혼시키고, 손주도 해외 유학 보낼 수 있다 카든데….
무성 : 그게 뭔데요?
동일 : 아니지. 아니지. 고것이 아니지. 주식은 인자 끝나 부렀어. 올라도 너무 올라 부렀재. 주식이 1000이 넘는다는 것이 말이 안 대자나. 그 말인 즉슨! 어깨에서 사서 무르팍에서 판다는 말이재.
무성 : 그래도 보니까, 돈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은 주식 하던데.
성균 : 내 친구가 삼성전자, 한미약품, 태평양화학 요 세 개는 꼭 사라카던데?
무성 : 그게 지금 얼마쯤 합니까?
성균 : 아까 신문 보니까 한 개에 3만원, 2만원 요래 하던데요?
무성 : 아이고~ 엄청 비싸네요.

‘응답하라 1988’ 16화에 나온 대사입니다. 코스피가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는 뉴스에 쌍문동 어른들이 투자에 대한 설전을 벌입니다.

복권 당첨으로 벼락부자가 된 성균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요. 한일은행에 다니는 동일은 과열된 주식시장을 경계하며 예금이 최고라고 주장합니다. 투자에 혹했던 ‘재테크 무식자’ 무성은 강압에 가까운 동일의 조언을 듣고 결국 17% 금리를 주는 통장에 돈을 넣기로 마음 먹습니다.

드라마를 보며 “아! 택이 아빠, 주식 사야 하는데… 정봉이 아빠 돗자리 깔아야겠네”라며 무릎을 탁 치신 분들 많을 겁니다. 3만원짜리 삼성전자. 할 수만 있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고 싶습니다.

만약에 말입니다. 26년 전 무성이 성균의 말을 듣고 삼성전자, 한미사이언스, 아모레G에 투자했다면 지금 얼마를 벌었을까요? 기회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기준은 ‘응답하라 1988’의 현재 배경이 되는 1989년의 첫 거래일인 1월 4일로 하겠습니다. 종잣돈은 택이가 받은 상금 5000만원입니다.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란 투자명언은 무시하고 ‘몰빵’으로 계산해 보죠. 아! 배당과 세금도 제외하고요.

▲2009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 흐름

◇삼성전자: 3만4700원 vs 126만원

지금은 명실상부한 증시 바로미터지만 26년 전 삼성전자는 포스코(포항제철, 시총 1위), 우리은행(한일은행, 2위)보다 규모가 작았습니다. 시가총액 12위였죠. 1989년 1월 4일 삼성전자는 3만4700원으로 기사년(己巳年)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5000만원을 투자했다면 1440주를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초반 수익률은 그저 그랬습니다. 1992년까지 2만~3만원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죠. 부진의 터널을 벗어난 건 1993년입니다. 첫 휴대전화 ‘애니콜’을 출시하고 이건희 회장이 상용차 시장에 진출을 발표하면서 주가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반도체공장 방문’,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등극’ 기사도 투자심리를 자극했죠.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잠시 휘청이기도 했지만, 삼성전자는 20년 넘게 ‘대장주’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2015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오늘, 삼성전자는 126만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무성이 단 한주도 팔지 않고 26년 동안 1440주를 갖고 있었다면 그 돈은 18억1400만원으로 불어났을 겁니다.

▲2009년 이후 한미사이언스 주가 흐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공업): 1270원 vs 12만9000원

한미약품은 임성기 회장이 1973년 세운 한미약품공업이 모태입니다. 2010년 지주회사 한미홀딩스가 출범했고, 그 과정에서 의약품의 제조와 판매 부문을 인적 분할해 한미약품을 신설했습니다. 한미약품은 2010년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했고요. 지주회사는 2012년 한미사이언스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성균이 적극적으로 추천한 한미약품은 지금의 한미사이언스를 말합니다. 기사년(己巳年) 첫 거래일 이 회사 주가는 1270원이었습니다. 5000만원으로 3만9370주를 살 수 있었죠.

만약 무성이 지금까지 이 주식을 갖고 있었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쳤을겁니다. 오늘 한미사이언스는 12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올 한해만 800% 넘게 뛰었습니다. 코스피 전 종목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한미약품이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회사와 잇따라 기술 수출계약을 맺으면서 지주사 주가에 훈풍을 불어넣었습니다.

‘잭팟’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감이 안 오신다고요? 임 회장의 상장주식 평가자산이 1조8800억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1조5300억원)보다 많습니다. 그의 손주들은 어린이 주식 부자 ‘톱7’을 휩쓸었고요.

무성도 쌍문동 ‘큰 손’이 됐을 겁니다. 30년도 채 안 돼 종잣돈의 100배가 넘는 51억5700만원을 벌었으니까요.

▲2009년 이후 아모레G 주가 흐름

◇아모레G(태평양화학) = 2030원 vs 14만8000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개성상인 고(故) 서성환 회장이 1945년에 창업한 ‘해방둥이’ 화장품 회사입니다. 첫 사명은 태평양화학공업이었죠. 1974년 증시에 입성했고 2006년 화장품의 제조와 판매부분을 인적 분할해 아모레퍼시픽을 설립했습니다. 태평양이란 이름은 2011년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바뀌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죠.

1989년 1월 4일 액면분할(5000원→500원) 전 아모레G의 주가는 2만300원이었습니다. 5000만원을 투자하면 2463주를 살 수 있었죠. 2000년까지 10년 넘게 주가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상승세를 탄 건 2000년대 들어서입니다. 1990년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뷰티, 헬스부분에 핵심역량을 쏟아 부은 덕이었죠.

그 후 아모레G 주가는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잠시 주가가 요동치긴 했지만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파고를 넘으며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화장품 대장주’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오늘 아모레G는 14만8000원으로 을미년(乙未年)을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액면분할 전으로 계산하면 148만원입니다. 무성의 주식계좌에는 36억4500만원이 찍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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