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도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여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었다. 1980년대 두 자리 성장에서 2000년대에 들어 4~5% 성장으로 낮아지고, 2011년 이후에는 3% 성장도 어려워지고 있다. 2015년은 정책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5%로 인하하고, 대규모 추경과 가계부채 급증을 무릅쓴 부동산 부양책을 썼음에도 2.7% 성장이 예상된다. 2016년도 한국은행 등의 성장 전망치는 3.2% 정도이나, 실제는 3%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 투자, 수출 등이 금년보다 좋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도 저성장 상태가 장기화되었음에도 정부의 정책 기조는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애매모호하고 효과가 언제 있을지 모르는 창조경제를 제외하고는 예전 정책 그대로이다. 저금리와 감세 등을 통한 투자 확대, SOC 투자 등의 재정지출 확대,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저성장은 구조적이고 고질적이어서 이러한 대증 요법의 정책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지속 가능한 최대 성장능력은 노동, 자본,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장기적으로 노동인구와 자본이 증가하고 생산성이 향상되어야만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국은 노동, 자본, 생산성 세 가지 모두가 좋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동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정체되어 있고 조만간 급속히 감소한다. 자본은 GDP 대비 자본스톡 비율이 2006년경부터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경제 전체로는 자본량의 증가 필요성이 크지 않고,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를 찾기 힘들다는 의미다. 즉, 기업들은 정부 지원이 있어도 신규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기업들은 기존의 과잉투자를 손쉽게 구조조정할 수 있는 특별법(원샷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성도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는 외국 기술 도입이나 투자 확대로 쉽게 높일 수 있었으나 선진국 문턱에 있는 성숙경제에서는 올리기 쉽지 않다. 특히, 한국과 같이 사회적 자본의 핵심인 신뢰 기반이 취약하고 법과 제도의 공정성이 부족한 나라의 경우 생산성 향상이 매우 어렵다.
한국 경제의 성장능력을 높여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 자본의 양과 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사회경제 시스템 구축과 과학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과제는 아주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생산가능인구의 경우 장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여야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보육시설을 대폭 늘리는 정책, 과도한 대학 진학을 줄이고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많이 하게 하는 정책, 공무원 등 공공부문으로의 과도한 인재 유입을 억제하는 정책 등이 있다. 자본의 경우 자금이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도록 부동산 부문의 투자 수익을 낮추는 정책이 중요하다.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으로는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 우대,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조세개혁, 금융 접근성 확대를 위한 금융개혁, 정책 투명성과 일관성을 높일 수 있는 관료개혁 등 아주 다양하다.
이러한 정책은 거의 대부분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기득권자의 반발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가 2년 정도 남았다. 진정 한국 경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렵더라도 새로운 정상상태에 맞는 경제구조 개혁을 시작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 경제의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 중국에 바로 따라잡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