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실망, 원플러스X 사용기

입력 2015-12-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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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기어박스 에디터H입니다. 숨 가쁜 연말입니다. 2015년은 다양한 제품을 리뷰해보느라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네요. 올해 마지막 리뷰는 이 제품입니다. 원플러스X!

혹시 원플러스라는 제조사가 낯설게 느껴지시는 분들을 위해 가벼운 배경지식 설명 들어가겠습니다. 중국의 원플러스는 지난해 4월, 플래그십 킬러라는 야심찬 모토로 등장한 라이징 스타입니다. 첫 제품인 ‘원플러스 원’은 어마어마한 성능과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죠. 당시 다른 제조사들의 플래그십과 맞먹는 스펙을 갖추고도 가격은 299달러 수준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원플러스 원은 이미 구매한 사람을 통해 초대장을 받아야만 구매할 수 있는 독특한 유통 방식을 적용해 소비자들을 더 애타게 만들었습니다. 초대장이 암거래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죠.

사실 원플러스의 뒤에는 중국의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가 있습니다(나중에 오포의 제품도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무시무시한 제품들을 찍어내는 브랜드죠). 오포의 부회장이 회사를 차린 브랜드이기 때문에, 사실상 자회사 개념으로 봐도 무리가 없죠. 오포가 내수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면, 원플러스는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자, 이 정도만 알아두면 원플러스라는 독특한 브랜드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이 된 것 같습니다. 참고로 오늘 리뷰할 제품인 원플러스X는 기존 제품인 원플러스 원과 원플러스 투에 비해 저가형으로 출시했습니다.

디자인! 좋네요. 솔직히 요즘 중국에서 만든 스마트폰들 보면 거의 다 디자인이 좋아요. 중국스럽다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아요. 소니나 애플, 삼성 등 주요 제조사들의 장점만 쏙쏙 뽑아다가 잘 빠진 물건을 만들어냅니다. 원플러스X는 측면 메탈 마감이 제법 훌륭해요. 제 취향은 아니지만 섬세한 헤어라인 처리나 아이폰5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다이아몬드 커팅, 매끈한 유리 코팅 등의 요소가 예쁘게 어우러지네요.

하단 스피커를 봐도 지나간 아이폰의 향기가… 킁킁.

뒷면이 아주 반질반질한데 엄청나게 미끄러워요. 아이스하키용 PUCK 만큼… 크기는 손에 잡기 편안한 수준입니다. 요즘 출시되는 폰들이 대부분 패블릿 열풍을 타고 한손 조작이 어려운 것에 비해, 이 제품은 여자 손으로도 한손 조작이 매끄럽네요. 그립감에는 슬림한 두께도 한몫하죠. 6.9mm로 아이폰6와 동일합니다. 무게는 138g.

전면을 보면 베젤이 너무 얇아서 한번 감탄하게 되죠.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지? 원플러스 짱짱맨…. 그런데 화면을 켜면, 금세 속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 좌우에 매직으로 그어놓은 것처럼 선명하고 두꺼운 이너 베젤을 보세요. 역시 중국 제품은 전원 들어오기 전까지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검은 화면일 땐 봐줄만 한데 저렇게 흰 바탕이거나 웹서핑 할 땐, 양옆으로 시야를 어지럽히는 ‘뻥 베젤’ 때문에 현기증이 나네요.

디스플레이는 최근 사용해 본 중국 스마트폰 중에 가장 좋습니다. 풀HD해상도 5인치 AMOLED를 탑재했는데, 컬러 표현력이나 화질은 아주 만족스럽네요. 깊이감 있는 블랙의 표현도 영상을 감상할 때 플러스 요인입니다. 다만 밝기가 조금 아쉽습니다. 이상하게 터치할 때의 느낌이 유난스럽게 좋네요. 손에 그래픽이 닿을 때의 거리감이 제로에 가깝고, 스크롤링이나 터치 후의 반응도 가볍고 산뜻합니다. 최근 출시된 제품은 이런 면에선 다 우수하기 때문에 따로 언급한 적이 거의 없는데 아주 마음에 듭니다.

바로 성능 얘기로 가볼까요. 2.3GHz 쿼드코어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01을 탑재했습니다. RAM은 3GB. 이 정도면 특출나게 좋을 것도 없지만, 가격대비 빠지는 거 없는 성능이죠. 넥슨의 HIT 같은 게임을 돌려도 크게 버벅대지 않고 돌아갑니다. 물론 중간중간 프레임 끊김은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 정도 버텼으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의 캐주얼 3D 게임에서는 큰 문제를 발견하지 못 했습니다. AnTuTu 벤치마크 6.0 버전으로 테스트해보니 4만 7000점대의 점수가 나왔습니다.

자, 이제 이 제품의 장점(?)은 모두 얘기한 것 같네요. 이제는 단점만 남았습니다. 예상외로 단점이 아주 많았거든요.

일단 크게 버벅임 없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발열이 상당합니다. 뜨겁습니다. 수족냉증을 앓는 에디터H를 배려한 건지,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외로운 마음(?)을 감싸주려는 건지 따끈 후끈합니다. 사실 이렇게 얇은 스마트폰들이야 열이 빠져나갈 곳이 없으니 발열에 취약할 수밖에 없죠. 근데 얘는 때때로 충전만 걸어놔도 뜨거워집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카메라 얘기를 해볼까요? 일단 셔터를 누른 후 이미지 처리 시간이 깁니다. 성격 급한 저는 몹시 답답하네요. 조리개값 F2.2의 13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더니, 파일이 커서 그럴까요? PC로 옮겨서 확인해보니 실제로 이미지 파일 크기가 2~4.7MB 수준으로 상당히 고용량입니다. 이미지 처리 과정에서 압축률이 낮은 모양인데… 그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사진은 그냥 그렇습니다. 흔들림에 약하고 노출 차이가 심한 피사체를 함께 담을 땐 어느 한쪽을 말살시켜 버립니다. 허허. 아이폰6와 같은 위치에서 촬영해보니 원플러스X로 촬영한 사진은 하늘이 하얗게 날아가고, 아이폰 사진은 하늘이 새파랗게 담기더군요.

뭐, 그렇다고 최악이란 얘기는 아닙니다. 가격대가 저렴한 제품이니 아이폰6와 비교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다행히 샤오미 홍미노트3보다는 훨씬 나아요. 조명만 허락하면 제법 디테일이 살아있는 스냅 사진을 담아줍니다. 긴 설명 대신, 사진을 몇 장 첨부합니다. 혼자 많이 먹고 다녀서 죄송합니다.

[저는 열심히 찍는다고 찍었어요.jpg]

아, 그리고 빛번짐이 심하니 야간에 촬영하지 마세요. 이유는 보시다시피… 찍고 10년 전 카메라인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오히려 전면 카메라 화질이 좋습니다. 8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해서 상당히 깨끗한 결과물을 만들어줍니다. 문제는 이상하게 셀카를 찍으면 외계인처럼 나온다는 건데, 혹시 결함은 제 얼굴에 있는 걸까요? 프로 셀카꾼인 제가 아무리 뷰티샷 모드로 촬영해봐도 외계 생명체처럼 나옵니다. 뭐야, 이거. 이상해.

배터리는 닳기도 빨리 닳고, 충전도 정말 오래 걸립니다. 배터리 용량이 2,525mAh밖에 안되는데 완충까지 3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충전하다 숨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충전 중에 혼자 무슨 일을 꽁냥꽁냥 벌이는 건지 왜 이리 뜨거운 걸까요.

[같은 위치에서 왼쪽은 원플러스X 오른쪽은 아이폰6s의 와이파이 설정창]

단점이 하나 더 남았습니다. 사무실에서 리뷰를 하려고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와이파이가 잡히질 않아서 스펙을 다시 살펴보니, 5GHz 와이파이를 지원하지 않더군요. 899위안짜리 샤오미도 이러지 않았는데 말이죠. 섭섭한 일이네요. 2.4GHz 와이파이만 지원하니 구입을 고려하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원플러스X는 안드로이드 롤리팝 기반의 자체 개발 Oxygen OS로 구동됩니다. 군더더기 없이 거의 순정에 가까운 상태에요. 크게 와 닿는 특징은 없었습니다.

뭐, 이 이상은 다룰 이야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올해 마지막을 장식하는 스마트폰 리뷰였는데 썩 마음에 드는 제품이 아니라 아쉽네요. 원플러스X는 249달러, 현재 환율로 치자면 한화 29만원이 넘는 가격입니다. 만약 국내에서 구입하려고 한다면 30만원대 후반으로 가격이 치솟겠죠. 그렇게 되면 가성비를 논할 만한 메리트는 사라집니다. 차라리 국내에서 지원금을 받고 할부원금을 깎아 구입하는 보급형 스마트폰이 속 편할 테니까요. 디자인이나 좋은 디스플레이 등의 잔잔한 장점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노매력. 발열이나 카메라 같은 부분의 부족함은 차치하더라도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제품을 사고 싶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가 부족하네요. 심심한 제품이에요. 저는 차라리 원플러스 투를 추천합니다.

그럼 여러분 병신년에 더 재밌는 리뷰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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