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교역 1조 달러 클럽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 직격탄에 조선을 비롯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 품목들이 일제히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우리나라 전체의 교역 상황도 급격히 나빠진 탓이다.
내년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국제유가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데다 미국 금리인상 여파까지 겹쳐 수출과 수입액 모두 눈에 띄는 증가세를 장담할 수 없어 수출 한국의 위상이 더욱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세청 통관실적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누적 수출액은 4972억3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 규모는 16.8% 줄어든 4135억100만 달러다.
이로써 10일 기준 올해 우리나라 교역액은 9107억3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말까지 15일의 영업일이 남아 있지만 매월 교역액이 700억~800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4년간 이어왔던 1조 달러 달성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교역 1조 달러의 금자탑이 올해 무너지게 되는 셈이다.
올해 수출이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국제유가 급락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1.38달러 하락한 배럴당 32.86달러를 기록했다. 2004년 12월 13일 배럴당 32.75달러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18일 배럴당 40달러 선이 무너진 뒤로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약세를 면치 못한 것은 전날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데다 전 세계적 공급 과잉 우려가 지속했기 때문이다.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 미국의 원유 금수조치 해제 등의 요인까지 겹치면 국제유가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은 내년 수출을 흔들 최대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비롯해 신흥국 수출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미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13년 60%에서 올해 1∼10월에는 57.8%로 낮아진 상황이다. 한ㆍ중 FTA가 20일 발효되면서 대중국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신흥국 경기가 심각한 침체에 빠지면서 이들 나라로의 우리나라 수출이 나쁜 영향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특히 금리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국제유가를 현재보다 떨어뜨려 산유국으로의 우리나라 수출 부진도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