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끝내 소비자 권익을 외면했다. 2012년 5월 19대 국회가 개원한 이래 임기 종료를 약 5개월 남겨둔 18일 현재까지 소비자 권익보호를 강화하는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이 21개나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이 중에는 2012년에 발의된 법안도 있었다. 새누리당 정희수·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소비자의 ‘단순 변심’ 때도 교환·환급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기업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단순 변심 관련 환급 규정을 법률로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소비자의 불만은 단순히 수리나 교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불만의 정도가 클 경우에는 물품 등을 사용하지 않게 되어 잠재적으로 소비자 피해 및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집단소송제’ 도입이 골자다. 집단소송제란 사업자의 위법 행위로 다수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1인 또는 일부가 대표 당사자가 돼 소를 제기하고, 그 결과에 따라 나머지 피해자들도 똑같이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 의원은 “현재 집단분쟁조정 또는 소비자단체소송이 시행되고 있으나, 집단분쟁조정제도는 분쟁 당사자인 사업자의 수락이 있을 때만 조정 결정의 실효성이 있고 소비자단체소송은 소송의 대상이 되는 침해행위를 금지·중지 청구하는 것에 그치는 등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법안은 3년 넘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외에도 소비자중심경영에 대한 인증제 도입(정부 제출), 한국소비자원이 신제품 등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 검사를 위해 사업자에게 시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민병두 의원 제출) 하는 등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할 때 끝내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19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계류된 법안들은 모두 자동 폐기된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가 기업에 가하는 또 다른 규제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면서 “토론회 등 기업과 소비자단체 간 소통의 장을 통해 인식 차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