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 500조 투자일임업 허용 두고 또 격돌

금융당국, 은행에 허용 검토… 증권업계 “자산관리 시장 위축” 거센 반발

은행업계와 증권업계가 투자일임업 허용을 놓고 다시 한번 격돌한다. 금융당국은 양 업계의 의견 수렴 후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투자일임업 진입을 추진해온 은행업계와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증권업계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이투데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에 대해 “업권별 의견을 듣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은행의 일임업 허용을 반대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안을 처음부터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투자일임업이란 고객 자산을 금융회사가 모두 위탁받아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증권업과 보험업에만 허용하고 있다. 대표적 상품으로는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있다.

투자일임 확대는 은행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지난 2007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이를 논의하려 했으나 증권업계의 반발로 전면 백지화됐다.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으로 472조원에 달한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은행 투자일임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자산운용 활성화와 연계된 것으로, 금융위는 규제 완화를 통해 업권별 업무 영역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은행업계는 ‘은행 투자일임 허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일임업 논의는 계속돼 왔다”며 “은행업계에서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다시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 수요 증가를 이유로 은행에도 투자일임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자산관리 시장 위축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증권학회는 16일 ‘금융회사의 자산관리업 현황 및 발전방안’ 주제로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과 관련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은행이 일임업 진입을 위해 움직이자 증권업계가 즉각 반격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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