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성과주의와 연봉제, 그리고 사용자의 논리

입력 2015-12-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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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주 금융시장부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을 겨냥해 강조한 것 중 하나가 ‘성과주의’ 문화다. 임금 체계뿐만 아니라 일 처리 방식, 인사 등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란 얘기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얼마 전 금융개혁 관련 브리핑에서 성과주의 대신 ‘성과중심’ 혹은 ‘성과주의 문화’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자칫 성과주의가 인사평가나 연봉체계에 한정적으로 쓰이는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금융권에 부는 성과주의 바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임 위원장의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은행들은 이번에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100% 연봉제를 적용하기로 했고, 호봉제 중심의 연봉체계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연봉체계 개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사실 금융당국과 업계가 성과주의 문화 확산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가장 먼서 ‘평가시스템’을 언급해야 한다. 노동자의 노동력을 어떻게 정량적으로 잘 평가할 것인가가 성과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과주의를 논하는 대다수 은행원은 능력없는 사람들이 조직에서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거나 능력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동등한 연봉을 받고 있다’는 식의 불만 섞인 푸념을 한다. 성과주의 담론이 연봉체계 개편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의 인사 평가체계를 그대로 두고 연봉제로의 변화만 요구한다면 성과주의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그럴듯한 명분일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 성과주의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연봉체계를 말하기 앞서 직원들을 어떻게 잘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성과주의 화두가 단순히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논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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