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식 한양대 교수, “동일한 은행영업시간, 소비자 선택권 침해 요인”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창구영업시간을 은행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손정식 한양대 교수는 23일 자유기업원 기고를 통해 “최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에서 은행 창구 영업 마감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은 무시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동이며, 은행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오히려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창구영업시간을 은행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 교수는 “금융노조는 오후 3시30분에 창구의 문을 닫는 일본이나 캐나다의 사례를 들어 선진국에서도 이미 다들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보다 많은 선진국에서 우리나라보다도 창구의 영업시간이 훨씬 늦다는 것은 밝히지 않은 까닭에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시장경제에서는 생산자인 기업들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공급량을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가 있는데, 기업이 공급량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서비스의 공급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한다”며 “은행이 창구의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할 것인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할 것인지는 은행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금번 은행창구의 영업시간 단축 논란과 관련해서 일반 국민들은 먼저 은행이 영업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인정해야 하며, 무조건 소비자 편의만을 생각해서 영업시간의 자유선택권을 박탈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문제는 은행의 창구영업시간 선택은 개별은행의 경쟁적 선택이어야 한다는 점인데, 모든 은행들이 담합해서 은행창구 영업시간을 조절하는 행위는 독과점기업들이 담합해서 생산량을 조절하는 행위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어서 “그러므로 금번 금융노조가 획일적으로 전국 모든 은행의 창구영업시간을 단축하려는 것은 담합을 통한 ‘지대추구행위’일 수 있어서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또 “지금까지 관행이든 묵시적 합의든 우리나라 개별은행의 창구영업시간이 전국적으로 거의 통일되어 온 것 자체가 문제”라며 “공항, 병원점포 등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리나라 은행들이 야간이나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 개점하는 점포가 별로 없는데 이는 금융소비자의 자유선택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제 개별은행들이 자유롭게 창구의 영업시간을 선택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야 한다”며 “은행점포의 특성에 따라서 원하면 이른 새벽부터 또는 밤늦게까지도 개점할 수 있고, 토요일이나 휴일에도 개점할 수 있어야 하고 또 필요하면 일찍 폐점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어촌 지역점포는 계절에 따라 도시점포와 개폐점 시간이 달라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손 교수의 주장이다. 9시~5시 근무시간도 바뀌고 있는 지금, 밤늦도록 야시장이 열리는 지역의 점포는 자정이후에도 열리고, 새벽장이 열리는 지역에서는 이른 아침에 은행점포의 문을 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손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몇몇 은행이 휴일, 야간 또는 이른 아침부터 개점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이렇게 개별은행별로 시장의 특성에 따라 개별점포의 개폐점 시간을 조절하면 노동 강도가 살인적인 점포에 보다 많은 인력을 배치할 수 있게 되어 금융노조가 제기한 노동자 과로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