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 제도(ACP) 도입 필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과정에 기업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 제도(ACPㆍAttorney-Client Privilege)’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ACP란 재판 과정이나 수사과정에서 변호사와 의뢰인 간에 문서, 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한 각종 의사교환 내용의 비밀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전경련은 공정위가 지난 10월 발표한 ‘사건처리 3.0’과 관련 기업의 절차적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며 이를 요청했다. ‘사건처리 3.0’은 공정위가 피조사 업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하고, 변호사 참여권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전경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강한 권한에 비해 기업의 절차적 방어권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변호사의 참여권 보장을 위해 기업-변호사 간 의사교환에 대한 비밀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ㆍEU 등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이 제도를 소송뿐 아니라 공정위 절차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ACP가 소송 제도에만 한정돼 있을 뿐 공정위의 조사ㆍ처벌 과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제도가 소송절차뿐만 아니라 공정위 절차에 적용 돼야 하는 이유는 공정위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 때문이라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일반적인 행정기관의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을 법원이 담당하는 것과는 달리 공정위 처분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1심의 역할을 담당, 스스로 내린 처분의 정당성을 법원과 같은 자격으로 심판한다.
전경련 신석훈 기업정책팀장은 “ACP는 공정위의 조사권한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정위와 피조사자 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조사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더욱 명확히 밝혀낼 수 있도록 해주는 법치국가의 기본원칙”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ACP 도입이 장기적으로 컴플라이언스 및 법률리스크 대응역량 강화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향후엔 ACP를 공정위 절차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등 행정조사 전반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