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보와 황우석

입력 2007-04-19 15:04수정 2007-04-1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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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만에 50배 폭등한 루보에 대한 주가조작 수사 여파로 코스닥이 들썩이고 있다.

검찰수사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아침부터 증권가 메신저는 추가적인 검찰 수사 대상 종목을 추정한 이른바 '살생부'로 뜨겁게 달궈졌다. 동반 급락한 종목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 종목이었다.

후폭풍이 계속되던 18일 '살생부'에 언급됐던 종목들이 하나둘씩 해명자료를 냈다. '우리는 작전주가 아니다'는 항변이었다.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서 뜻하지 않은 루머로 주식가치가 급락한다면 그 보다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들의 해명이 그리 달갑지만 않은 이유가 있다.

제일창투의 경우 올해 두차례 주가급등 관련 조회공시 답변을 받았으나,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5년째 적자가 지속된 회사의 조회공시 답변치고는 성실하지 못했다.

아이콜스는 대주주의 지분 매입을 통해 주가조작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설파했지만, 지분변동일을 잘못 기재하는 공시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주가 급락 무마용으로 서둘러 공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해명자료를 낸 또다른 회사는 공시담당자의 연락처가 결번이거나 엉뚱하게 헬스클럽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상장기업으로서 기본 마인드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괜한 트집잡기라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시계바늘을 2005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코스닥시장에 바이오주 열풍이 불었고, 수 십배 폭등 종목이 속출했다. 그러나 연말 '황우석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급등했던 바이오주들이 동반 폭락했고, 기업들은 앞다퉈 '황우석과 관련없다'는 해명자료를 쏟아냈다.

2년의 시간을 두고 비슷한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주가 급등시기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주식 평가액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자본의 쾌락을 즐기다가, 돌발 악재가 터지니 일단 소나기부터 피해보자는 심산이 아닌지 묻고 싶다.

설령 회사와 경영진이 연관되지 않았더라도(루보도 아직 경영진이 개입됐다는 정황은 없다) 돈이 오고가는 자본시장에서 특정세력은 언제든 개입될 수 있다. 해명자료를 낸 기업들의 최근 주가 흐름을 두고 누가 '정상적인 흐름이었다'고 할건가.

'작전주 아니다'는 해명으로 일단 소나기는 피해갔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의 기업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얼마나 성실하고 신뢰있게 전달해왔는지 되새겨 보길 바란다.

그것은 상장기업의 가장 기초적인 의무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시장과 투자자들의 몫이다.

굳이 급박하게 해명성 자료를 내지 않더라도, 기업가치에 대한 신뢰가 되살아난다면 투자자들은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자란 '작전세력'이 아니라 '건전' 투자자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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