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은행 HSBC가 비용절감 대책의 일환으로 상업은행 부문에서 2000명의 인력을 감원에 나섰다고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HSBC가 본사 이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회사는 인력 감원을 지난주부터 시작했으며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완료할 계획이다. 이는 회사가 앞서 발표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이다. 회사는 지난 6월 인력 5만 명을 줄여 연간 최대 5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구조조정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HSBC만의 일은 아니다.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등 다른 유럽의 대형 은행들도 실적 부진으로 인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HSBC의 행보에 유독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HSBC가 이번 구조조정과 함께 150년간 고집해왔던 런던 본사를 청산하고 ‘출생지’인 아시아로 돌아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업은행 부문이 축소되고 있는 영국 등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는 사업 확장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사업 확장의 기회로 아시아에서 급증하고 있는 중산층에 주목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산층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의 중산층 인구는 전 세계 중산층 인구의 28% 수준이지만 15년 뒤에는 이 비중이 66%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의 중산층 비율은 36%에서 14%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중산층 증가는 곧 상업은행을 찾는 수요가 커진다는 의미다.
영국 등 유럽에서 대형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유럽 당국은 영국을 필두로 ‘대마불사’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을 늘리는 등 규제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막대한 세금도 부담이다. 지난해 HSBC는 은행세로 7억5000만 파운드(약 1조2103억원)를 지불했다. 이는 영국에 소재한 은행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경쟁업체인 스탠다드차타드는 세전 순이익의 9%를 세금으로 지불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도 문제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17년 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런던의 매력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