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빨리빨리’에 밀려 버려지고 잊혀진 길

입력 2015-11-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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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커브 돌듯 굴곡진 삶이지만… 나, 헛살지 않았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면과 화천군 간척리를 잇는 배후령.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고갯길을 자전거라이더가 달리고 있다. 한적함보다 쓸쓸함을 전해진다.
▲옛 46번 국도 춘천에서 양구로 이어지는 구간은 배후령 터널과 함께 직선화 도로가 생기면서 차량들의 통행이 끊겼다. 이제는 소양강 꼬부랑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옛길이 반사경에 비치고 있다.
▲강원 인제군 북면과 고성군 토성면을 연결하는 지방도 56호선이었던 미시령 옛길 정상에 위치한 휴게소가 폐쇄된 채 방치돼 있다. 1990년 준공된 미시령휴게소는 속초시 전역과 동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유명했으나 이제는 이곳을 찾은 이들의 추억속으로 사라졌다.
▲강원 횡성군 안흥면에서 평창군 방림면으로 연결되는 문재에는 42번 국도가 통과했었다. 1995년 터널이 뚫리면서 직선화돼 이제는 임도와 같은 모습으로 남은 이 길을 통해 사람들이 다녔고 버스 등이 통행했었다. 이제는 문재 옛길로 진입하는 길 조차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강원 횡성군 안흥면에서 평창군 방림면으로 연결되는 문재.

42번 국도였던 고갯길은 1995년 터널이 뚫리면서 이제는 임도와 같은 모습으로 남았다.

진입로조차 찾기 힘든 고갯길에는 산자락의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모습만 이따금 보일 뿐이다.

덜컹거리는 완행버스를 타고 사람들은 이 길을 오갔다.

그보다 더 이전에는 장돌뱅이를 통해 세상 사는 이야기들이 굽이굽이 이 고개를 넘어다녔을 것이다.

강원도 산길의 피곤함은 한 많은 노랫가락에 녹아들었을 것이고 그렇게 사람의 때를 타는 길이었을 것이다.

빠른 공간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는 시간을 얻었지만 동시에 시간을 잃기도 했다.

동해바다와 속초시 전역을 조망할 수 있어 유명했던 미시령 정상의 휴게소는 폐쇄된 채 잡초만이 무성하다.

터널이 건설되면서 미시령 옛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자 더 이상 고갯길의 아름다움은 일부러 찾을 만큼 매력이지 못했다.

옛 46번 국도 춘천에서 양구로 이어지는 구간은 소양호를 따라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법 투기된 쓰레기가 도로변을 나뒹굴고 인적조차 끊겼다.

사람이 떠난 길에도 계절은 여지없이 찾아온다.

이맘때쯤이 누구에게는 봄의 아찔함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여름의 찬란함일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에게는 가을의 화려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길에 남겨진 각자의 추억들은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길 위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이제 더 이상 길 위에 사람들의 이야기는 쓰이지 않는다.

강원도 춘천과 화천을 잇는 배후령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고갯길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멀리서 자전거 한 대가 천천히 올라온다.

자전거는 느리게 내 앞을 지났고 한참이 지나 굽어진 길을 따라 멀리 사라졌다.

가을이 내려앉은 길 위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기타주법 중에‘slow gogo’라는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 심장박동과 비슷한 리듬이라서 좋아한다.

빠르면서도 빠르지 않고 느리면서도 느리지 않다. 평범한 것 같지만 많은 이야기들을 노래에 담을 수 있다.

우리는 너무 go! go! 만을 외치고 사는 것은 아닐까?

속도에 취해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길 길들이 버려지고 잊혀지는 것은 아닐까?

완행이라는 단어가 그리운 만추(晩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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